보육원 문 나서자 기초생활수급자로...위기의 청소년 지원법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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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보육시설 아이들은 만 18세가 되면 무조건 독립해야했다. 의지할 곳 없이 보육시설 문을 나선 아이들 상당수는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일자리를 찾지 못해 기초생활보호 대상자가 되는 일도 빈번하다.

22일 교육부는 이러한 위기 청소년들에 대한 통합지원 구축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위기 청소년은 가정 문제가 있거나 학업 수행·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청소년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아동 복지 인력 처우 개선 ▲국비 지원 확대를 통한 시·도별 복지 격차 해소 ▲시설 보호 청소년을 위한 직업 체험 ▲복지부·여성가족부·교육부 등 부처 간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고 봤다.

지난달 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동 청소년 보육시설 강남 드림빌에 방문한 롯데월드 임직원들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8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아동 청소년 보육시설 강남 드림빌에 방문한 롯데월드 임직원들이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전달하고 있다. [뉴스1]

토론회에서 '위기 청소년 통합지원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은 GDP 대비 아동가족정책 공공지출 비중(1.1%)이 OECD 35개국 31위"라고 꼬집었다. 정 교수는 이어 "아동 복지 전문 인력의 열악한 근무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낮은 보수와 열악한 근무 환경으로 인력 교체가 잦은데 이는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했다.

복지 담당자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정책을 연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공무원 직렬 중 '아동복지 직렬'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최성은 대전세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사회복지 직렬과 구분된 가칭 아동복지 직렬을 만들어 아동 청소년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며 "2022년부터 시설 청소년의 보호 기간이 만 18세에서 만 24세로 연장된 만큼 인력 충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18세 쫓겨났던 아이들 24세로 보호 연장

보호종료아동은 부모의 이혼과 방임 등 여러 사정으로 보육 시설에서 생활하다가 만 18세가 돼 자의와 상관없이 시설에서 나오게 된 청소년들을 말한다. 이들은 보호 종료 이후 정착지원금 500만원과 3년간 매월 30만원의 자립수당을 받게 되지만 취업에 실패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으로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달 22일부터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시행돼 이들의 보호 기간이 만 24세까지로 늘어났다.

아동복지 예산의 국고 지원 비중을 높여 사는 지역과 관계없이 충분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연구원은 "지자체마다 아동·청소년 보호 인프라가 달라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역에서는 나라 지원을 받아도 매칭할 시·도 예산이 없어 사업이 지연되기도 한다"며 "특정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사각지대에 놓이는 아동이 없도록 국비 지원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했다.

'시설 청소년 취업 지원'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변숙영 한국직업능력교육원 직업계고학점제지원센터장은 "맞춤형 직업 체험과 직업 숙련 기간이 필요하다"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힘을 합쳐 시설보호 청소년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자립 준비 청년이 반복적으로 사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센터장에 따르면 시설 보호 청소년은 자기표현에 소극적이고 자립에 대한 두려움이 커 일반 청년 대비 취업 후 직장 유지율과 고용률이 모두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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