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개방 압력 넣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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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미국 '빅3' 자동차 업계 대표가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 "한국 자동차 시장 개방 압력을 높여라"고 요구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빅3'의 최고경영자(CEO)인 GM의 릭 왜고너, 포드의 앨런 멀럴리, 크라이슬러의 톰 라소다는 14일(현지시간)백악관에서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을 1시간 동안 면담한 자리에서 한국 자동차 시장의 폐쇄성과 일본 엔화 약세를 적극 성토하고 부시 정부의 개방 노력을 촉구했다. 이날 회동은 부시 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을 출발하기 전 이뤄진 것이어서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 중 '빅3'의 애로사항을 한국 정부에 전달할지 주목된다.

이날 회동 직후 포드의 지아드 오자클리 부사장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전체에서 파는 포드 차보다 버지니아 북부의 한 포드 대리점에서 파는 게 더 많을 정도"라며 "한국 자동차 시장의 외국산 점유율이 3% 미만이라는 사실은 한국이 미국뿐 아니라 모든 수입차에 폐쇄적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는 '우리가 당신을 대접하듯이 우리들을 (똑같이) 대접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해 자동차 무역 불균형 해소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한국차와의 경쟁에서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그동안 백악관이 자신들의 어려움을 제대로 경청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해 왔다. 특히 이번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반대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미국 자동차 업계가 아시아에서 무역장벽에 부닥칠 경우 미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반면 빅3의 주장과 달리 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자동차의 점유율 하락이 일본 차에 비해 떨어지는 품질 경쟁력 때문이란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대당 평균 1000달러에 달하는 직원 의료보험료 등도 미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 약화의 주범이란 지적도 만만찮은 실정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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