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변 향응」에 작가 자존심 문제 뒷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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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25∼27일 제주도 서귀포시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소설가협회 심포지엄은 관에 너무 손을 벌려 작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자성이 일고 있다. 협회 회원 4백80여명중 1백명 가량이 참가한 이번 심포지엄에서 참가비 7만원은 숙박비에 지나지 않았고 왕복 항공료와 첫날의 만찬비는 김종필 민자당 최고위원이, 그 이의의 매 끼니는 문화부장관을 비롯, 제주도지사·제주시장·서귀포시장 및 제주민속촌 측에서 대접했기 때문.
심포지엄의 이 같은 관변 의존에 대해 이호철씨(소설가 협회대표위원)는 심포지엄 종합 정리에서 『협회를 끌어가기 위해선 외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그러나 문인의 자존심이 침범 당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며 정치는 정치, 문학은 문학으로 터를 잡아야 하는 민주화시대에 맞는 문인의 위상 재정립을 강조.
지원의「대가」(?)로 심포지엄 참가자들은 만찬회 석상에서 김 최고위원의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는데…, 만찬회에 참석한 김 최고위원은 25분간이나 인사말 대신 소련 및 동구권 격변과 통일 등 우리의 시국 상황에 대해 강연.
내용인즉 낙관적인 통일에 대한 환상에서 깨어나 공산주의자들을 똑바로 바라보자는 것.
이 같은 관변 지원에 대해 소설가협회측은 김 최고위원의 지원은 정치인으로서 한 것이 아니라 회장인 김동리씨와의 개인적 친분 관계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 89년도 심포지엄을 김 최고위원 고향인 부여에서 개최했을 때 김 최고위원이 그곳에서 개인적 자격으로 금년도 심포지엄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해 이루어졌다는 것.
한편 문인협회·소설가협회·시인협회 등 중앙 문학 단체의 지방 세미나 때 지방 관장들이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이미 관례화 되다시피 한 일. 시나 소설을 통해 그 지방이 묘사될 경우 독자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감안, 지방 관장들이 문인을 대접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 문인들의 자평. 그러나 그러한 접대비가 있다면 지방화 시대를 앞두고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향토 문단을 열어 가는 향토 문인을 위해 쓰는 것이 좀더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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