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사랑의 매」인가/생각해볼 학생체벌의 목적과 한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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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교사의 지나친 학생체벌은 유죄라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내려졌다. 이미 가정과 학교에서 「버릇없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는 자성적 여론이 높아진 사회분위기 속에서 교사의 징계권 허용범위를 규정짓는 이번 판결은 학교와 학부모들간에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예상한다.
교육적 목적을 띤 교사의 학생징계가 법적 판결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은 매를 맞아야만 하는가,때리지 않고 교육을 하는 방법은 없는가 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될 수 있다.
체벌에 대한 한계를 설정한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해서 우리는 체벌 유ㆍ무죄를 떠나 우리는 학교에서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생각케 된다.
학교교육에 대한 우리의 첫번째 기대는 교육을 통해 규율과 질서를 지키는 초보적 민주교육에 있다. 함께 살고 어울려 노력하는 교육의 장으로서 자녀가 교육받기를 학부모는 기대한다. 공공생활 속에서 질서와 화합을 준수하는 교육을 받도록 교사가 유도하고 가르치기를 바란다.
경우에 따라서는 규칙과 질서를 어기는 학생에 대해 교사의 적절한 징계가 있기를 허용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사랑의 매」에 대한 허용이다. 교사 개인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고 엄정한 교육적 징계를 통해서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를 깨우치는 자극제로서 「사랑의 매」는 효력을 계속 지녀야 한다.
만약 이 사랑의 매가 점수따기를 강요하는 경쟁의 채찍으로 휘둘러지고 교사의 감정에 따라 그 경중과 빈도수가 무절제하게 행사될 때 그것은 사랑의 매가 아닌 폭력이 될 것이다.
결코 이번 판결내용의 당사자인 교사가 감정적 폭력을 행사했다고는 믿지 않는다. 다만 점수가 나빴다는 이유만으로 학생에게 부상을 입힐 정도의 체벌을 가했다는 그 교육적 방식에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는 것이다.
둘째,이기적이고 무절제한 버릇없는 아이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양산되고 있다는 데 대한 우려는 곧 학교교육이 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규율준수와 그에 대한 징계가 정당함을 또한 요구하게 된다.
이러한 요구는 전자의 민주적 교육욕구와 일면 상반되는 듯한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민주적 교육이 곧 지나친 자유스러움,방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기적 경쟁심만 불러일으키는 학교교육과 사회분위기 속에서 엄정한 개인이 도덕성과 규율과 질서를 어려서부터 체득해야 한다는 바람은 공통된 교육기대다.
이러한 두 가지 교육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교사의 절제된 징계,사랑의 매는 허용되어야 하고 더욱 엄하게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의 내용이 결코 이런 사랑의 매에까지 유죄를 적용한다고는 볼 수 없다.
따라서 정당한 교육적 목적으로 행해지는 교사의 절제된 학생에 대한 체벌은 법의 심판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고 또한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학생체벌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결코 교사들의 이러한 본연의 교육적 행위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악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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