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MLB 리포트] 드류 '계약파기' FA 선언 전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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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까지 3년간 무려 3300만 달러가 보장돼 있는 LA 다저스의 외야수 J.D 드류(30)가 느닷없이 계약서상에 명시해놓은 선수의 계약 해제 결정권(opt-out clause)을 행사해 자유계약선수(FA) 선언을 하자 모두들 무언가에 뒤통수를 얻어 맞은 듯 어리벙벙한 모습이다. A는 물어보나마나 '미친 짓이죠.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라고 할 것이 분명하다. B는 대뜸 '주제를 모르네요'라고 했다. 엉뚱하게도 한 때 최고로 유행했고 지금도 심심하면 한번씩 신문에 큰 제목으로 등장하는 '먹튀'라는 표현이 생각났다. 돈만 먹고 튄다는 것인데 드류의 경우는 '먹튀'와는 정반대의 상황이다. 그렇다고 '멋진 녀석'이라고 하기에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편집기자들이 독자들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는 '먹튀'라는 표현 대신 어떤 제목을 달까? 머리가 많이 아플 것 같다.

드류는 2004년 시즌 후 LA 다저스와 5년간 5500만 달러 평균 연봉 1100만 달러에 장기 계약을 맺었다. 그의 에이전트는 이런 저런 실력으로 너무나 유명한 스캇 보라스이다. 당시 드류는 지금은 떠난 폴 디포데스타 단장과의 협상에서 혹시 자신과 아내 그리고 가족의 로스앤젤레스 생활이 불편할 경우를 대비해 2년 후에는 선수가 원할 경우 계약을 해지하고 FA가 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이번에 그 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불법적인 것은 전혀 없다.

그렇다면 FA 시장으로 뛰쳐나간 드류가 3년간 총액 330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을 수 있을까? '천재(?)'인 보라스보다 누가 더 잘 알겠느냐마는 보통 사람들의 판단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이번에 확실하게 알게 된 것은 드류도 '천재'라는 것이다. 그는 지난 시즌 데뷔 후 처음이자 최다인 100타점을 기록했다고는 하나 타율은 2할8푼3리에 20홈런이 고작이었다. 그리고 뉴욕 메츠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도 많은 욕을 먹었다. 이유는 그가 평균 연봉 1100만달러 선수였기 때문이다. 우습지만 지난 시즌 내내 그에게 따라다닌 제목이'먹튀'였고 이변이 없는 한 LA 다저스에 남아 있는 마지막 날까지 '먹튀'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운명이었다. 그런데 단숨에 '천재'의 반열에 올라섰다. 주제를 모르는지 뭔지 알 수 없으나 일단 보통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상식(?)'의 틀을 깨고 3300만 달러를 걷어 찬 뒤 자신을 재평가 받겠다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으니까 '천재'이다.

야구에서 타자를 설명할 때 천재성을 타고 난 완벽한 선수를 5가지의 소질을 갖추었다고 해서 '파이브-툴 플레이어(five-tool play

-er)'라고 표현한다. 5가지 조건은 '1. 타격 파워 2. 정교함 3.야수로서의 송구 능력 4. 빠른 발 그리고 5. 수비력이다. 드류는 잠재력은 그렇다는 소문이 있는데 아직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그래도 보라스는 그를 '파이브-툴-플레이어'라고 평가하고 있다. 드류는 5가지에 2가지를 더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더 많은 돈에 대한 탐욕이고 둘은 자신이 불과 몇주 전에 약속했던 'LA 다저스를 떠나지 않겠다'는 말을 뒤집은 다저스 팬들에 대한 배신이다. 한편으로는 팀에서 미운 오리 취급을 받고 있는 그가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도망가는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니 동정심도 생긴다.

한편 보라스는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이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것에 대해 "다저스가 에릭 가니에에게 옵션을 행사하지 않았을 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며 "이번에 드류가 계약서상에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결국 드류의 옵션 행사는 자신의 또다른 고객인 가니에를 내친 다저스에 대한 보라스의 섭섭한 감정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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