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세상을 떠난 고(故) 이종욱 WHO(세계보건기구) 사무총장의 부인인 일본인 가부라키 레이코(鏑木玲子.61.사진)가 한국을 찾았다. 파라다이스 그룹이 매년 수여하는 '파라다이스상'의 특별공로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고인을 대신해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전 총장은 어린이와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위해 평생을 바쳐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13일 내한한 그는 "지금도 남편이 눈 앞에 있는 것 같다"며 인터뷰 도중 수시로 울먹였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1971년 한국으로 건너온 가부라키는 76년 한센병 환자들이 모여사는 경기도 안성시 나자로 마을에서 봉사하다 의료봉사차 그곳을 찾은 의대생 이종욱을 만났다.
"처음 봤을 때 '잘 생긴 한국 남자'라고 느꼈어요. 봉사활동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환자들에게 친절하고 이해심이 많아 '정말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죠."
수녀가 되려던 그는 마음을 바꿔 79년 이 전 총장과 결혼한다. 이 전 총장은 청빈한 생활로 유명하다. WHO 본부가 있는 제네바에서 예산 절감을 위해 소형 임대주택에서 지냈고, 관용차 대신 소형 하이브리드카를 타고 다녔다.
가부라키는 5년 전부터 페루의 봉사단체인 '소이오스 엔 살루드(Socios En Salud)에서 결핵환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에 받을 상금 4000만원 전액도 페루 빈민들을 위해 쓰기로 결정했다.
그는 14일 소피텔앰버서더 호텔에서 파라다이스상을 받은 뒤 15일엔 고인의 묘소가 있는 대전 국립현충원을 찾을 예정이다.
한애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