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신주 오너 일가에 몰아주기? 동원산업 주주들 소송 준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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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호 16면

실전 공시의 세계

동원산업 주주들이 이사들에 대한 주주대표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발단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이하 동원엔터)와의 합병 공시 때문입니다. 동원엔터는 동원그룹의 지주회사입니다. 동원산업은 스타키스트(미국 참치업체) 등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공시 내용을 보면 동원산업이 동원엔터를 흡수하고 동원엔터 주주들에게 신주로 보상하는 구조입니다. 동원엔터는 동원그룹 김남정 부회장이 68% 지분을 보유하는 등 대주주 일가가 거의 100% 지배하는 기업입니다. 따라서 합병신주는 모두 김남정 부회장 등에게 배정됩니다. 투자자들은 김 부회장의 합병지주사 지배력 강화를 위해 동원엔터에 유리하게끔 합병비율이 산정됐다고 주장합니다.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장사(동원산업)와 비상장사(동원엔터)가 합병할 때, 상장사의 합병가액은 시가(주가)로 정합니다. 24만8961원입니다. 비상장사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구하여 가중평균합니다. 19만1130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살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상장사의 경우 주가가 자산가치(주당 순자산액)보다 낮다면 자산가치를 합병가액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동원산업 주당 순자산액은 38만2140원입니다. 하지만 이 회사 이사회는 이보다 낮은 주가를 합병가액으로 결정했습니다. 김 부회장에게 발행해야 할 신주물량이 더 늘어나고, 동원산업 일반주주들은 그만큼 손해를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개시장에서 불특정 다수간 거래로 형성된 주가가 가장 공정한 기업가치라는 이유로, 간혹 자산가치보다 낮은 주가를 합병가액으로 결정하는 일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주주 일가가 100% 지배하는 지주회사와 합병하는 자회사 이사진이 스스로 더 낮은 기업가치를 선택하는 것은 주주가치 훼손 논란을 피할 수 없습니다.

또 한 가지 이번 합병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동원엔터가 산출한 자산가치(19만1311원)와 수익가치(19만1009원) 금액이 1000원 단위까지 일치할 정도로 거의 같다는 사실입니다. 자산가치법은 기업의 모든 자산 중 자산으로서 가치 있는 것들을 골라 합한 뒤 부채를 차감해 순자산가치를 구합니다. 발행주식수로 나누면 주당가치가 나옵니다.

수익가치법은 일반적으로 현금흐름할인법(DCF·Discounted Cash Flow)이라는 평가기법을 사용합니다. 영업자산을 활용해 창출하는 미래잉여현금흐름을 먼저 구합니다. 여기에 비영업자산을 더해줍니다. 그리고 부채(이자가 나가는 채무)를 빼주면 수익성에 기초한 순자산가치를 구할 수 있습니다. 역시 발행주식수로 나누면 주당가치를 얻을 수 있습니다.

동원엔터는 분명히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평가법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두 평가에서 결정적 영향을 미친 요소는 똑같습니다. 바로 대형 상장 자회사(동원시스템즈·동원산업·동원F&B) 지분가치입니다. 투자자들은 시장에서 고평가된 동원시스템즈 때문에 동원엔터 합병가액이 올라갔고, 이 회사 고평가에는 합병을 염두에 둔 대주주 측의 의도가 담겨있다고 의심합니다. 논란은 쉬이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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