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노을 만 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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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노을 만 평'- 신용목(1974~ )

누가 잡아만 준다면

내 숨 통째 담보 잡혀 노을 만 평쯤 사두고 싶다

다른 데는 말고 꼭 저기 폐염전 옆구리에 걸치는

노을 만 평 갖고 싶다

그러고는 친구를 부르리

노을 만 평에 꽉 차서 날을 만한 철새

한 무리 사둔 친구

노을 만 평의 발치에 흔들려줄 갈대밭

한 뙈기 사둔 친구

내 숨에 끝날까지 사슬 끌려도

노을 만 평 사다가

친구들과 옛 애인 창가에 놀러가고 싶네


어찌 알았을까 이 친구. 그곳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거란 사실. 헌데 노을은 부동산인가 동산인가. 여하튼 투자가치는 최고. 그래도 사람들은 노을을 뭉개고 아파트를 짓는다네. 코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북국에 기러기 4대 종가쯤 길러 두면 나도 친구로 불러 주려나?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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