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여행사가 성매매 알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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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기업 계열의 유명 여행사가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해오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11일 일본인 남성 관광객을 모집해 국내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성매매 알선 등)로 정모(34)씨 등 H여행사 직원 29명과 옥모(45.여)씨 등 유흥주점 관계자 3명, 신모(39.여)씨 등 성매매 여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 H여행사 직원들은 서울 이태원에서 D유흥주점을 운영하는 옥씨와 짜고 성매매 옵션이 포함된 국내 여행상품을 만들었다. 이어 2004년 3월 서울 시내 K호텔에서 일본인 관광객 30여 명과 한국 여성들 간 성매매를 주선하는 등 올 9월까지 750여 차례 성매매를 알선해 3억여원을 챙긴 혐의다.

조사결과 이들은 일본인 관광객으로부터 1인당 4만 엔(약 32만원)의 성매매 수수료를 받아 성매매 여성, 여행사 직원, 유흥주점 측이 각각 4:3:1의 비율로 나눠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여행사 측은 공개적으로 '섹스관광'이라고 선전하진 않았지만 일본 현지에 배포한 여행상품 안내서나 인터넷을 통해 '가라오케 옵션''쇼클럽 옵션' 등의 조건을 내걸어 성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성매매 여성이 유흥주점 안에선 술시중만 들게 한 뒤 성매매는 관광객이 묵고 있는 호텔에서 이뤄지도록 하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성매매 여성들은 주로 이혼했거나 남편과 사별한 30~40대 주부들로 대상이 외국인이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이 노출될 염려가 없어 성매매의 유혹에 쉽게 빠졌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행사는 적정요금의 80%만 제시해 관광객을 끌어모은 뒤 성매매 등의 옵션으로 나머지 20%의 손실액을 챙겼으며, '옵션 관광' 실적이 나쁜 가이드는 관광객의 팁이 적은 파트로 내보내면서 성매매 여행상품을 많이 팔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밝혔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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