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성적 불량? 합치면 100점이 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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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대단한 우리 할머니

시마다 요시치 지음, 홍성민 옮김, 예원미디어, 159쪽, 7500원

"가난에는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어두운 가난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두 종류가 있단다. 물론 우리집은 밝은 가난이지. 그리고 최근에 가난해진 게 아니라 조상 대대로 가난했으니 걱정할 게 없어. 자신을 가져."

여덟 살에 어머니 품을 떠나 할머니와 살게 된 손자에게, 그 할머니가 해주는 말입니다. 강가의 다 쓰러져가는 오두막에 살며, 강에 떠내려오는 소채 등속을 건져 찬거리를 하고 12색 크레파스는 물론 때로는 끼니조차 걸르는 어린 손자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전기 아끼느라 저녁만 먹으면 잠드는 마당에 공부가 제대로 될 리 없다.

"할머니, 난 영어를 잘 모르겠어." "답안지에 '난 일본인입니다'라고 쓰면 되지."

"난 한자도 못 써." "나는 히라가나와 가타가나만으로도 잘 삽니다라고 써"

"근데 난 역사도 잘 못해." "…답안지에 '난 과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라고 쓰면 돼."

중학교 성적표에 우리의 양, 가에 해당되는 1, 2를 여럿 받고는 손자가 걱정을 하자 할머니는 의연하게 대답한다. "괜찮아, 더하면 5(수)가 되는데 뭘"

손자가 걱정스레 성적표 점수를 더해도 되는냐고 묻자 할머니는 "사람이 살면서 하나만 잘해선 안 돼. 인생은 종합력이야."라고 진지하게 답한다.

책은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이 종전 직후 할머니와 살았던 초중교 시절을 회상한 글이다. 길거리의 쇠붙이를 주워 팔기 위해 자석을 허리끈에 묶고 길을 다니는 할머니, 땅은 공짜라며 검도 대신 달리기를 권한 할머니 덕분에 마라톤에 우승하는 손자, 이들 조손(祖孫)의 이야기는 읽는이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선사한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아름답다는 말 그대로.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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