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한의 PK 청소년축구 일본에'발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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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전반 1분 만에 심영성(왼쪽에서 둘째)이 선취골을 넣은 뒤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며 뛰어나오고 있다. [콜카타 AFP=연합뉴스]

언제나처럼 명승부였다. 하지만 이번 한.일전의 승자는 일본이었다.

한국 청소년(19세 이하) 축구대표팀이 9일 인도 콜카타에서 벌어진 아시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일본과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2-3으로 졌다. 아시아선수권에서 일본에 5연승을 거뒀던 한국은 10년 만에 패배를 기록했고 아시아선수권 3연패 꿈도 접어야 했다.

한국은 경기 시작 1분 만에 심영성(제주 유나이티드)이 골대 구석을 찌르는 논스톱 터닝 슛으로 선제골을 넣었다. 눈 깜짝할 사이 첫 골을 넣은 한국의 손쉬운 승리로 보였다.

전반 중반부터 '스콜'(열대성 소나기)이 장대처럼 쏟아졌다.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국 선수들은 계속 미끄러져 넘어졌고, 유니폼은 흙투성이로 변했다. 일본은 이 틈을 타 스트라이커 모리시마 야스히토의 슈팅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한국을 괴롭혔다.

후반 2분, 일본 가시와기 요스케의 그림 같은 힐패스를 받아 모리시마가 논스톱 슈팅으로 골 네트를 갈라 1-1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38분, 단독 돌파를 막던 일본 수비수 마키노 도모아키가 퇴장당했다. 분위기는 급격히 한국으로 기울었다. 심영성과 신영록(수원 삼성)의 완벽한 슈팅은 수비수 발에 맞거나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연장전에서도 한국은 파상공세를 펼쳤다. 하지만 전반 종료 직전 오히려 일본의 역습에 역전골을 허용했다. 수와 체력의 우위를 앞세운 한국은 연장 후반 6분 페널티 아크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를 1분 전 교체투입된 김동석(FC 서울)이 그대로 차넣어 기사회생했다.

승부차기가 이어졌다. 한국의 조수혁(건국대) 골키퍼는 강했으나 키커들은 무력했다. 한국은 1번 심영성, 2번 이상호(울산 현대)의 슛이 모두 골대를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었다. 1-2로 뒤진 상태에서 조수혁은 일본의 마지막 다섯 번째 키커의 슛을 또 막아냈다. 골키퍼의 세 차례 선방으로 한국은 다시 한번 기사회생했다. 그러나 한국의 여섯 번째 키커인 최철순(전북 현대)의 슛마저 일본 골키퍼 하야시에게 막혀 결국 눈물을 삼켜야 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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