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 10억달러 '대박' GM과 5년간 부품 공급 계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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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만도가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인 GM에 5년간 10억 달러(약 9366억원)어치를 수주하는 '대박'을 터뜨렸다. 이 회사의 해외 수주 중 최대 규모다.

만도가 수주한 품목은 조향 관련 부품과 제동장치들로 GM이 내년부터 생산할 10여 개 차세대 자동차의 부품으로 사용된다. 2008년부터 5년간 북미.유럽.중국.한국 등 GM의 글로벌 생산 공장에 조향 부품 7억3000만 달러어치를, 미국.멕시코 등 GM의 북미지역 공장에 제동장치 부품 2억7000만 달러어치를 팔게 된다. 한 해 납품 금액은 평균 1900억원어치로,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1조7000억원)의 10%가 넘는 규모다.

회사 측은 "올해 환율 하락과 원자재가 인상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으나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한 결과"라고 밝혔다. 특히 GM의 '글로벌 신차 개발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번 수주전에서 보슈.TRW.델파이 등 세계적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제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덧붙였다.

만도가 GM에 납품하기 시작한 것은 1997년부터다. 80년대 후반부터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기 위해 문을 두드렸지만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기가 쉽지 않았다. 기술진은 GM의 부품 품질 요건 책자를 밤새워 번역하면서 품질을 개선했다고 한다. 부품업체 간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자체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GM은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면 각 업체에 인터넷을 통해 입찰 의뢰서를 보낸다. 6~7개월간 공장 방문, 기술 심사 등 꼼꼼한 절차를 거쳐 최종 결과를 온라인으로 통보한다. 만도의 해외영업팀장인 김형찬 상무는 수주 결과 발표가 이뤄지는 최근 한 달 동안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밤잠을 설쳤다. 김 상무는 "이번 수주 규모가 큰 것은 연산 100만 대 규모의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10년간 납품하면서 만도 품질에 대한 신뢰를 쌓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4년부터 3년 연속 GM으로부터 품질.서비스.기술력.가격 등 4개 부문에서 '최우수공급업체(Supplier of the year)'로 선정됐고, 1등급 공급업체(Top Class Supplier)로 평가받고 있다.

만도는 올해 미국과 중국 등에서 20억 달러 정도의 해외 수주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 회사는 2010년까지 총 7400억원을 투자해 한 해 매출액을 3조5000억원까지 올림으로써 세계 50위권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 발돋움한다는 전략이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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