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의료IT 수출 주역 영입한 카카오, 헬스케어로 글로벌 고민 풀까

중앙일보

입력

카카오가 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CIC를 6일 설립한다. 셔터스톡

카카오가 의료 디지털 헬스케어 CIC를 6일 설립한다. 셔터스톡

카카오가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하는 '헬스케어 CIC(사내독립기업)'를 설립한다고 2일 발표했다. 대표에는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선임했다.

왜 중요해?

● 글로벌 사업을 고민하던 카카오가 헬스케어 사업 카드를 꺼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는 아마존·애플·텐센트 등 글로벌 빅 테크가 미래먹거리로 주목하는 시장이다. 네이버는 '라인헬스케어'를 통해 일본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하드웨어 제조사인 삼성전자도 이 시장을 꾸준히 노려왔다.
● 카카오도 2016년 이후 의료·헬스케어 업체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그후 5년 만에 CIC를 통해 사업화에 속도를 낸다. 신규사업임에도 카카오 내 부서로 두지 않고, 전문가를 대표로 영입해 CIC로 출발한다. 2017년 에스토니아 방문후 디지털헬스케어에 관심을 쏟아온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 네이버가 CIC를 통해 신기술·커머스·핀테크 등을 육성한 데 비해, 카카오에선 CIC가 드물었다. CIC였던 'AI랩'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로 분사했고, 현재 CIC는 카카오커머스 뿐이다. 진짜 싹이 보여야 CIC 타이틀을 달아주는 분위기.

카카오 헬스케어, 준비만 5년

● 카카오는 2016년부터 카카오벤처스를 통해 뇌 기능 측정 기업(오비이랩), 뇌 신경 재활(엑소시스템즈) 등 의료 기술기업에 주로 투자했다. 하지만 2019년부턴 의료정보 빅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조인트벤처(JV)를 설립했다. 서울아산병원과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연세대의료원과 '파이디지털헬스케어'를 세웠다.
● 최근엔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가 더 활발해졌다. 지난달에도 카카오벤처스가 인공지능(AI) 암진단 기업 루닛에 투자했고, 블록체인 기반 난치성 치료제 데이터 플랫폼(레어노트)을 운영하는 휴먼스케이프에 카카오 본사가 직접 150억원(지분 20%)을 투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카카오브레인 등에서 인공지능과 결합한 헬스케어 연구를 계속해왔고, 미래이니셔티브센터도 헬스케어를 중요 주제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나클소프트·모노랩스 등도 카카오 관계사들의 투자를 받았다.

카카오의 헬스케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카카오의 헬스케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카카오의 큰 그림은

● 의료기기나 의료용 소프트웨어 같은 B2B(기업 대 기업) 시장보다 소비자에게 직접 닿는 B2C 시장 진출을 노린다. 카카오는 "카카오 기술, 이용자 서비스 경험을 바탕으로 생애 주기별 건강관리와 스마트 의료 등 차별화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 구체적으론 AI 기반 수면관리·맞춤형 영양제 제안·개인별 건강데이터 관리 같은 개인형 서비스를 시작으로, 원격진료·의약품 배달 같은 시장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5000만 명이 쓰는 카카오톡과 결합도 가능하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일본에서 라인헬스케어(합작법인)를 통해 메신저와 결합한 원격의료(병원 검색·예약·진료·결제)를 서비스하고 있고, 중국 텐센트도 메신저 위챗과 통합된 텐센트 헬스케어(腾讯健康)를 운영 중이다.

카카오 헬스케어 CIC 대표로 내정된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카카오

카카오 헬스케어 CIC 대표로 내정된 황희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카카오

“글로벌 겨냥”이라는데, 잘 될까

● 카카오의 의지는 강하지만, 의료분야는 전문 종사자 등 직역 단체의 입김이 세다. 자칫 '플랫폼 vs. 직역단체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다. 코로나19로 한시적 원격진료 등이 이뤄졌지만,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약사회 등은 ‘비대면 진료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카카오의 헬스케어 사업 방향이나 범주에 따라 사회적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잠재해 있다.
● CIC 대표로 영입된 황희 교수가 의료와 디지털 양쪽에 밝은 전문가란 점은 긍정적이다. 황 교수는 2019년 미국 의료정보학회(HIMSS)로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혁신리더 50인에 꼽힌 전문가다. 차세대 병원 정보시스템(HIS)을 사우디아라비아, 미국 등에 수출한 경험도 있다. 카카오가 그리는 '글로벌 진출'에 걸맞는 이력이란 평가가 나온다.
● 카카오는 다른 계열사와 잠재적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은 카카오페이가 준비 중인 보험업과 협업할 수 있고, 의료데이터를 블록체인과 결합하거나 의약품 배달체계를 카카오모빌리티와 발전시킬 수도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의료 조인트 벤처를 통해 확보한 다양한 데이터가 있고, AI·블록체인 등 카카오 공동체의 여러 기술이 헬스케어 생태계를 중심으로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