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과욕이 자녀 그르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상담실 전화를 이용하는 학부모들의 말을 들어보면 내용도 다양하고 태도도 각양각색이다. 자녀교육상담을 하면서 몇가지 느낀 점을 들어보겠다.
첫째, 교육의 제도나 시책에 대한 불평과 불만의 나열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보고 주관적인 비판을 가하는 것은 바람직스러운 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나 혹은 내자식 편에서 사소한 이유를 내세워 전체를 호도하는 듯한 자세는 옳지 못하다. 적어도 우리의 교육제도가 갖는 최고의 장점은 어느 신분이나 계층에도 비교적 차등을 두지 않고 평등하게 개방되어 교육의 기회보장이 되어 있다는 점일 것이다.
둘째, 과외문제다. 이에 대하여는 「망국론」이라는 혹평과 함께 많은 논란이 되어왔고 언론에서도 심층 보도된 적이 있다. 기초실력이 부족하거나 결손부분이 있는 학생에게 과외는 필요하고 효과적이다. 그러나 부모들의 불안심리 해소수단이 된다거나 학생 스스로의 성취감을, 반감시키며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는 과외는 재고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입시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시기에 엄청난 고액과외는 효과여부는 차치하고 요행심과 졸부심을 길러줄 뿐이다.
셋째, 지나친 관심과 기대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진정한 애정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상향의식이 자녀의 진로를 그르치는 곁과를 낳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성파악과 이를 살려나가는 과정이고 또 그것을 밑바탕으로 해 단계적인 실력을 쌓아가는 것이다.
넷째, 최선의 본보기는 부모다. 부도가 옳지 않거나 그릇된 면을 보여서는 아니되고 솔선하여 먼저 고쳐야 한다. 자신은 게걸음을 걸으면서 자식보고만 앞으로 똑바로 걸으라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이상은 몇가지 공통된 내용이고 중요시되는 예다. 경쟁이 생활자체인양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 자녀들에게 그것이 힘겹고 지나칠 때에 수반되는 많은 부작용을 우리는 보고 있다. 허나 그것이 불가피하고 같은 조건하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탓하고 불평하는 자세보다 빠른 현실인정과 올바른 대응자세, 그리고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가장 손쉬운 때에 호미로 막는 자세와 정시에 떠나는 기차를 미리 기다렸다 타는 여유있는 마음을 갖자.
장원<자녀교육상담소장·서울 동작구 대방동 393의65>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