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는 많이 일하고 적게 써야”/서울에 온 잠롱 방콕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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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정책결정땐 시민에 불편줄지 먼저 생각
『많이 일하고 적게 쓰며 남는 것은 불우한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방콕시장으로서의 제 소신입니다.』
청백리로 널리 알려진 태국의 잠롱 스리무앙 방콕시장(54)이 8일 오후3시 대한항공편으로 내한했다.
『공직사회의 부패를 척결하는 길은 윗사람의 청렴결백이 그 첫째이며 온 국민의 깊은 관심과 감시가 뒤따라야 합니다.』
85년 초대민선시장으로 방콕시장에 당선된뒤 선거공약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봉급과 수당을 한푼도 축내지 않고 자선단체에 희사해왔으며 시장참석행사의 의전행사를 없애고 거액의 뇌물유혹을 번번이 거절하는 등 청렴한 공직생활로 90년 유권자 62%의 지지로 재선됐다.
『어떤나라나 어느정도 공직사회의 부패는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를 묵인하고 휘말리는 지도자나 정치인은 국민을 속이는 것입니다.』
독실한 불교신자로 「남을 속이지 말라」는 계율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잠롱시장은 태국육사를 수석졸업하고 85년 육군소장으로 예편한 군출신. 79년 현역대령으로 프렘수상의 비서실장을 역임할때는 정부의 낙태법추진에 반대,비서실장을 사퇴한 일도 있는 소신파다.
그는 『매달 한차례씩 TV공개토론을 통해 시민들의 불편을 듣고 있으며 시장으로서의 지시나 정책이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게되지 않을지 먼저 생각한다』고 했다.
잠롱시장은 친구가 빌려준 집에서 부인 시리락여사(50)와 함께 군장성 퇴역금으로 생활하며 하루 한두끼니만을 먹는 등 청빈한 생활로 방콕시민들에게 「나이사안」(깨끗한 남자)이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14일까지 한국에 머무르며 두차례의 강연회를 통해 「바람직한 공직자상」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힐 예정이다. 강영훈국무총리ㆍ고건서울시장과 여야정치인들과도 만난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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