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거라, 다시 만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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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하늘이 울었다.
땅도 울었다.
한때는 좋았다.
상봉의 그 순간이
이제
다시 나누는
석별의 정―
잘 가거라, 다시 만나자
울어도 넘지못한
그 삼팔선
피 토하며 다지던 그 맹세를
불씨로 안고 간다.
태우며 간다.
아시아 한복판에
맺은 그 정이
하나의 혈맥으로
도도히 흘러갈제
피맺힌 사연을
한잔술에 부어들고
설움을 마셨다
꿈도 마셨다.
슬픈 족속들의
피 타는 애원성이
한라산 기슭에
청천강 나루터에
파아란 꿈으로 피어날 적에
우리 다시 가슴 펴며
부둥켜안자
뼈를 깎아
끊어진 철길을 다시 잇고
그 위로 통일의 완행열차가
기적을 울리며 서서히 굴러갈제
동강난 반도에 타는 노을을
우리의 눈물 없이 만든다더냐
그땐 우리 떳떳이 만나자
가슴펴며 외치자
타관땅 슬픈 상봉만이 아닌
임진강 뱃노래도 함께 부르고
청산리 호남발의 어거리대풍
구성진 가락도 함께 넘기자
분단의 슬픈 전설에
이젠 찍어야할 그 종지부
우리 하나의 육탄이 되어
터치자, 원한의 그 장벽
아, 청천하늘에 별이 빛난다
1990년 10월7일 베이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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