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요" 18평 노인집 문 열었더니…5t 쓰레기가 쏟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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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경북 포항 북구 장량동의 한 아파트에서 각종 생활쓰레기 5t가량이 나왔다. 뉴시스

지난 29일 경북 포항 북구 장량동의 한 아파트에서 각종 생활쓰레기 5t가량이 나왔다. 뉴시스

경북 포항의 한 18평 아파트에서 80대 노인이 생활 쓰레기 5t가량을 보관해 지자체와 봉사단체에서 처리했다.

31일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29일 경북 포항시 북구 장량동의 한 아파트에서 시민 A(80)씨가 모으고 있던 쓰레기를 장량동행정복지센터·장량동자원봉사거점센터 등 직원과 회원 40여명이 수거했다.

이곳 아파트 주민이 주민센터에 “(A씨 집 인근에서) 냄새가 나고 파리, 벌레가 나온다”는 제보를 받고 작업에 착수하게 됐다.

이들은 이사용 장비를 동원해 7층 59㎡(약 18평) 공간에 있던 쓰레기를 1층 지상 주차장으로 내려 생활 쓰레기와 각종 폐기물로 분리수거하는 작업을 거쳐 폐기했다.

오전 9시부터 6시간동안 이어진 수거 작업을 통해 나온 쓰레기는 약 5t 분량이었다.

정량동행정복지센터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평소 치매를 앓고 있고 수집 강박증이 있어 일상생활이 곤란한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10년부터 10여 년 동안 주변의 생활 쓰레기를 모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A씨의 집에서 옷과 이불은 물론 프라이팬 등 주방용품과 소파, 선풍기 등 다양한 생활 쓰레기가 나왔다. 이 외에 포장을 뜯지 않은 쌀 포대와 A씨가 숨겨둔 것으로 보이는 돈 봉투와 현금, 동전 주머니도 나왔다.

장량동자원봉사거점센터 관계자는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봉사활동 10여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으로 너무 많은 쓰레기와 물건들이 쏟아져 나와 밑으로 내려 주고 분류작업 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무척 힘들었다”며 “하지만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봉사활동으로 주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데 대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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