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거부한 '강안남자', 국정원은 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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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참여정부 초기 문화일보의 연재소설'강안 남자'의 작가 이원호(59)씨를 국정원의 홍보를 위해 접촉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의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강안남자'의 선정성을 이유로 문화일보를 절독한 청와대의 행보와는 상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국정원은 당시 이씨에게 국정원 직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소설을 집필해 달라는 부탁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 정보기관의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인기 대중작가인 이씨의 소설에 국정원 직원을 등장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이 사안에 밝은 한 소식통은 "당시 국정원 내부에서 강안남자로 인기를 얻고 있던 이원호씨가 달라진 국정원 상을 알리기에 적당한 인물로 꼽혔다"고 밝혔다. 물론 이 씨는 당시에도 문화일보에 '강안남자'를 집필하고 있었다.

무역업을 하다 1991년 44세의 나이로 뒤늦게 등단한 이씨는 100여 편에 이르는 대중 소설을 펴내 상당수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대중 소설 작가이다. 그의 소설에는 주로 사업가와 정보기관원, 조직 폭력배 등이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여기에 선정적인 장면이 빠지지 않아 남성들의 마초이즘(남성중심주의)를 자극한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하지만 국정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씨는 국정원이 주문한 소설을 집필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밝혔졌다. 국정원과 이씨간에 취재 편의와 자금 지원 등에 대한 협의과정에서 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참여 정부 출범 초기 국정원 1차장(해외 담당)을 지낸 염돈재씨(53)는 "이원호씨를 만나기는 했지만 소설 집필을 의뢰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염씨는 "이씨와 개인적인 친분은 없고 이전에 사적으로 만난 적이 없다"면서도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이씨와 대화를 하고 싶어서 만났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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