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경 형 도움으로 금 땄어요"-남 육상8백m「금」 김봉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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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제 금메달은 전적으로 태경 형(유태경·24·상무)에게 돌아가야 마땅합니다. 태경형이 선두에서 상대선수를 견제해주지 않았더라면 우승은 불가능했어요.』
국제대회라곤 북경아시안게임에 첫 출전해 남자8백m에서 금메달을 따낸 김봉유(23·진로)는 자신의 우승을 선배 유태경에게 돌리면서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은 이날 레이스에서 유가 인코스를 따라 6백m까지 선두를 유지하며 상대선수를 견제하는 사이 아웃코너로 빠져 전력질주한 끝에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것.
결국 금의 금메달은 유의 희생이 뒷받침된 쾌거였던 셈이다.
이 종목은 전통적으로 한국의 강세종목. 86서울아시안게임 때에는 김복주가 우승한바 있다.
김봉유는 1m75㎝·65㎏으로 단단한 체격. 특히 스피드 지속시간이 남달리 긴 탓에 중거리선수로는 제격이라는 평을 듣고있다. 당초 5천m선수(관동대)였으나 지난해 진로에 입단하면서 4백m선수로 전향했다.
그러나 워낙 빈약한 심폐기능에도 불구, 산소섭취능력이 탁월해 8백m·1천5백m에서도 비교적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북경대회에서 준우승한 1천5백m 역시 3분45초04의 한국최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박무웅 코치는 『그동안 유산소 훈련과 근 지구력훈련을 통해 스피드가속을 키운 게 주효했다』고 털어놓고 김의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한편 준우승에 머무른 유는 3위를 한 파키스탄 선수가 끈질기게 레이스를 견제한데다 출발에 앞서 배탈이 나는 바람에 레이스를 그르치고 말았다』면서 지난 86대회때의 악몽이 되살아난 듯 아쉬워했다.
유는 월등한 기록우세에도 집중견제 받는 통에 86대회 당시 8백m는 김복주에게, 1천5백m는 일본선수에게 우승을 넘겨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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