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사태 올 줄 알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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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 핵 확산 방지 어려움 토로

뉴스위크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10월 16일 워싱턴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만났다. 엘바라데이는 빈을 떠나기에 앞서 뉴스위크의 크리스토퍼 디키 기자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핵 확산 방지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IAEA는 국가의 통제범위 밖에서 벌어지는 국가나 조직의 불법 핵 활동을 적발해야 한다. 그 임무를 해낼 자원이 있는가?

모든 사람은 핵 테러가 최우선의 국내외 안보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런 거창한 말을 돈으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현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 우리의 안전장치 예산은 연 1억2000만 달러다. 빈 경찰청의 예산도 틀림없이 그것보다는 많다.

미국의 많은 관리와 전문가들은 이란의 거듭되는 부인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프로그램 보유를 기정사실로 여긴다. 그러나 당신은 그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말하는데.

그렇다. 사람들은 지식과 생산능력과 의도를 혼동한다. 사실 이란은 농축 관련 지식이 있다. 그건 틀림없다. 광범위한 사찰로 입증됐다. 그러나 그 지식이 실제 생산능력으로, 다시 말해 핵무기에 필요한 자재를 생산하는 능력으로 이어졌는지는 모른다.

현재 우리가 보는 이란의 모습은 대체로 의도의 평가다. 최근 존 네그로폰테 미 국가정보국장이 한 발언을 읽었다. 두 가지 점에서 흥미로웠다. 이란이 2010~15년 핵무기를 보유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4~9년 뒤의 이야기다. 어떤 점에선 이란이 아직 핵무기를 만들지 못했다는 우리의 평가를 뒷받침한다. 내일 당장 해결해야 할 현재의 분명한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협상시간이 충분하다. 미국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도 네그로폰테는 했다. 우리 기구는 그런 의도를 읽지 못했다고 말해왔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IAEA가 비난받을까?

우리는 1992년이나 93년 북한에 강경하게 대처했다고 본다. 그들이 조약을 지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3년에는 그 도가 더욱 심하다고 말했지만 사찰관들이 쫓겨났다. 북한은 2003년 이후 우리의 투쟁과 무관했다. 우리는 통제권을 잃었다. 그러나 지난 2~3년 동안 나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최대 도전이라고 말해왔다. 북한은 조약에서 탈퇴했고, 플루토늄을 보유했으며, 고립이 심화됐다. 이런 사태가 올 줄 알았다.

국제사회는 불량 정권과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같은 지도자를 어떻게 다뤄야 하나?

두 가지 기본 문제가 있다. 하나는 사실 지도자와는 무관한 국가 차원의 문제다. 국가가 불안을 느끼는 경우다. 이들 생각에 강대국 국민이 핵무기에 의존한다는 판단이 들면 자기네도 그렇게 하고픈 유혹을 받게 된다. 군주제든 민주주의든 혁명정권이든 불안을 느끼는 나라는 핵무기 개발에 나서게 마련이다.

둘째 통념은 핵무기는 “좋은 사람” 손에 들어가면 괜찮고 “나쁜 사람” 손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주관적 판단이라는 점은 논외로 치고, 이런 자세는 옳지 못하다. 착한 사람이든 좋은 사람이든 지금 당장 핵기술을 갖기 때문이다. 주관적 판단에 기초하지 않은 체제가 필요하다. 해법은 오직 하나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가 새로 나와서는 안 되고 어느 나라도 핵무기에 국방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 <뉴스위크 7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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