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결의표결 앞두고 항공관계 전문가들 지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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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 이라크 공중봉쇄 비현실적”/거부땐 “격추”최후수단… 전쟁부담/국제규율로 굳어진 민항규정과 조화도 문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들이 이라크와 쿠웨이트를 내왕하는 항공교통을 모두 봉쇄하는 결의안에 원칙 합의했다. 정식결의안은 금주내 안보리전체회의에서 표결될 전망이다. 이라크에 대한 경제봉쇄를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공중봉쇄의 기술적 난점을 둘러싸고 전문가들 사이에 가부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론상으로는 공중봉쇄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해상봉쇄에 비해 훨씬 복잡하며,생각보다 효과가 적을수도 있다는게 일부 항공관계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각종 레이다와 공중경보장치의 발달로 하늘과 땅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훤히 알 수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마음만 먹으면 공중봉쇄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대체로 많은 전문가들은 적어도 세가지 점에서 이라크에 대한 공중봉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첫째,기술적 어려움이 지적되고 있다. 레이다장비의 발달로 봉쇄대상 기체­즉 이라크나 쿠웨이트에서 외부로 나오거나 들어가는 항공기­의 정확한 식별에는 사실상 큰 어려움이 없지만 문제는 그다음부터라는 것.
봉쇄를 피해 이라크나 쿠웨이트 영공밖으로 나온 기체가 일단 「적기」로 판명되면 무선경고나 초계기에 의한 유도,공포발사등의 수단을 통해 회항을 요구하거나 가까운 활주로로의 착륙을 지시하게 될텐데 만일 「적기」가 이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는 얘기다.
엄격한 공중봉쇄를 위해서는 거부에 대해 결국 격추로 대응할 수 밖에 없는데 현상황에서 전쟁의 부담을 감수하지 않고 과연 서방측이 미사일의 버튼을 쉽게 누를 수 있겠느냐는 것.
둘째로는 법률적 어려움이다.
즉 앞으로 이라크에 대해 실시할 공중봉쇄를 그동안 오랜기간에 걸쳐 항공운항에 대한 국제관행이나 국제규율로 굳어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규정등과 어떻게 조화를 시키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서는 유엔이 공중봉쇄를 결의하면서 예상 가능한 모든 상황 하나하나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봉쇄지침을 정해주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마지막 문제는 정치적 문제로 이는 페르시아만에 파견돼 있는 각국 공군병력에 대한 작전지휘권과도 밀접하게 관계되는 점이다. 이라크에 대한 공중봉쇄를 위해서는 페르시아만지역 전체의 항공운항상황을 24시간 종합적으로 감시ㆍ통제할 수 있는 일종의 종합관제본부 설치가 불가피한데 그 운영은 당연히 공중조기경보기(AWACS)를 이 지역상공에 띄워놓고 있는 미군이 담당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6백㎞거리 밖에서도 기체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포착,식별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을 갖춘 나라는 현재 미국밖에 없기 때문이다.<파리=배명복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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