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무한한 생명공학|노현모<서울대 자연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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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특허에는 물질특허·제법특허와 용도특허 등 이 있는데 가장 원천적인 것은 물질특허다. 특히 화학공업·제약공업과 생명공학분야에서는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간단하게 말해서 물질특허란 새로운 물질을 발견한 사람에게 특허권을 주는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만을 물질로 보는 경향이 있어 왔으나 근래에 유전공학을 이용한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으로 생물체가 합성하는 물질에 대해서도 물질특허를 부여하는 것이다. 생물을 쉽게 분류하면 간단한 단세포로 된 미생물과 복잡하게 생긴 고등생물로 구분된다. 미생물에는 약 5천 개 정도의 유전자가 있는데 그 유전자들의 발현으로 적어도 5천 개 정도의 물질이 생산된다.
미생물은 또 수만 종이나 있으니 물질의 숫자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사람과 같은 고등생물에는 약10만개정도의 유전자가 있고 고등생물도 수만 종이 있으니 통틀어 볼 때 1백만 종 이상의 유기물질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이중에는 이미 알려졌거나 특허가 부여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이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화학적인 방법으로 신물질을 발견하는 것보다는 생물을 다뤄서 발전하는 것이 훨씬 확률적으로 수월할 것이다. 따라서 유전 공학적인 기술을 첨가해서 생물체가 신물질을 더 많이 생산해 내도록 하는 것이 현대 생명공학의 임무다.
유전자는 1천여 개의 염기가 연결된 DNA이고 그 유전자가 발현되면 유전자 산물이 생겨 나는 데 이것이 3백여 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단백질이다.
이와 같이 만들어진 단백질은 인터페론처럼 직접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으며 산업용 효소나, 소화효소로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런 물질들을 생산하고 찾아내는 것이 생명공학인데 유기합성법이나 정밀화학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거나 비경제적이라서 엄두도 못 낸다. 그러므로 기술과 경제적인 측면에서 유전공학기술을 첨가한 생명공학이 무엇보다도 유리한 입장에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특허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는 생명공학의 핵심기술인 유전공학에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한다.
요즘 환경문제가 심각하다. 산업의 발전은 필연적으로 공해물질을 만들어 낸다. 여기에서 공해물질이라 함은 휴양지의 빈 병이나 오물 등의 쓰레기와는 또 다른 유해물질을 말한다.
생물은 온갖 유기물질을 생산도 하지만 분해도 해서 무기물과 공기로 환원하는 능력도 있으며 독성물질을 농축, 또는 분해하는 기능도 갖고 있으니 환경정화에도 부분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생명공학은 또 화학공학과는 달라 공정과정에서 찌꺼기로 남는 것이 생체물질이기 때문에 분해능력이 있는 미생물을 이용하면 간단히 자연상태로 물과 무기물로 환원할 수 있어 독성이 있는 공해물질이 생겨나지 않는 장점도 있다.
이같이 생명공학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인류의 4대 난제로 등장한 식량·질병·에너지 및 환경문제까지도 해결할 잠재력이 있으니 생명공학은 21세기의 중요한 사업기술로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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