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번호 쉽게 기억할 수 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숫자로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전화번호를 한글자음으로 쉽게 인식, 기억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화기의 번호에 한글의 자음을 부여해 주기만 하면 전화번호의 암기에 획기적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이 아이디어들은 이성배씨(29·대우전자 중앙연구소 대리)와 고갑천씨(26·전남대 대학원생)가 각각 발명특허와 실용신안특허를 출원,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특허를 낸 이씨의「전화번호 인식방법」에 의하면 전화기의 숫자 1에 ㄱ, 2에 ㄴ과 ㄷ, 3에 ㄹ과 ㅁ등으로 자음을 부여토록 돼 있다(그림참조).
이에 따라 예컨대 음식점「두고 온 고향산천」의 경우(216)1058을 사용하고 고객은 상호만 외우고 있으면 상호의 초성(ㄷ·ㄱ·ㅇ·ㄱ·ㅎ·ㅅ·ㅊ)에 해당되는 번호를 눌러 원하는 음식점에 정확히 전화를 걸 수 있게 된다.
상호「박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의 경우「보약은 박 한의원」이라는 문 귀로 전화번호를 받고 싶으면 각 글자의 초성인「ㅂ·ㅇ·ㅇ·ㅂ·ㅎ·ㅇ·ㅇ」에 속하는 번호 (466)4066을 택하면 선전도 쉽고 환자들도 편리하게 기억할 수 있는 셈.
또 만약 서울시내의「국번」에 아예 각각 이름을 붙여 줄 경우엔 사업가들이 이 국번에 4자리「전화번호」를 덧붙여 전기통신공사에 특정번호를 요청,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씨는 ▲362국을「맛있는」으로 작명한 것을 비롯, ▲376에「멋쟁이」▲530에「사랑해」▲583에「삼천리」▲751에「전성기」▲793에 「저 푸른」을 부여하는 등 68개 국번에 대한 작명 예를 들고 있다.
따라서 일반인의 가정 전화가 (793)8600이라면「저 푸른 초원 위에」라는 문 귀를 친지들에게 알려주면 기억하기 쉽다는 것.
또 오는22일로 창립25주년을 맞는 중앙일보는 안내전화로「전성기 중앙일보」에 해당되는 (751)7664를 쓸 수도 있는 셈이다.
이같이 전화번호를 쉽게 외울 수 있고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고씨의 경우도 번호에 짝 지워 주는 한글자음만 다를 뿐 이씨의 것과 비슷한 착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영섭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