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야마다, 生死는 잊어버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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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5보 (60~77)]
白.山田規三生 8단 | 黑.朴永訓 4단

60으로 끊고 있지만 63으로 쭉 뻗는 수가 힘차다. 저런 사두(蛇頭)를 허락한다는 것은 판이 잘 안 풀렸다는 증거다. 야마다8단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잠시 가슴을 진정시킨다. 10대의 어린 기사들하고 바둑을 두면 바둑이 안 풀린다. 왜 그럴까.

야마다는 다시 눈을 들어 판을 본다.머리(65의 곳)를 한방 두드릴까, 말까. 검토실에선 노타임으로 한방 두드리고 볼 자리라고 하는데 야마다는 오늘따라 생각이 복잡하다.

그는 '참고도'흑1의 공격을 걱정하고 있다. 이 수를 당하면 백은 2로 먹여친 다음 4에 붙여 패를 노리게 된다. 백은 상변을 잃더라도 A로 뚫어 흑▲ 한점을 잡으면 만족이다.

그러나 패싸움은 팻감이 있어야 한다. 즉 B의 두드림을 남겨두면 좋은 팻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박영훈은 상변을 공격하지 않고 바로 65에 두었다.이곳을 둘 때 박영훈의 입가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흑은 이 한수로 두텁게 공격 자세를 갖췄다.

야마다는 급히 66으로 살아간다. 괴로운 수순이다. 그때를 기다려 박영훈의 파상공격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67로 중앙을 쫓고 69,71로 좌상을 공격한다.

다음 73의 두터운 꼬부림이 백의 숨통을 조인다. 야마다는 이를 악물고 74로 걸친다. 사방이 곤마지만 생사는 잊기로 했다. 집을 더 이상 내주면 영영 희망이 없으므로 승부사답게 최강으로 버틴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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