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축구 북경행은 "무리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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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이런 무자격팀을 끝내 북경에 보낼 것인가-.』
6일 2만여명이 모인 동대문운동장의 스탠드에 분노에 찬 질타가 터져 나왔다.
일본대표팀에 13-1로 참패한 한국여자축구대표팀은 아직 국내의 공식시합에도 내보내기 어려운 걸음마단계의 수준임이 당초 판단한대로 여실히 실증됐다.
8개국이 참가하는 북경아시안게임 여자축구는 4개팀씩 2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여 각 조 상위2개 팀이 준결승에 오른다.
따라서 다행히 B조의 한국팀은 일본·대만·태국을 상대로 세 게임만 치르면 되지만 대만은 일본과 거의 대등한 실력이며 태국도 이미 60년대부터 여자축구를 해온 비슷한 수준이어서 한국팀의 연속 대패는 불을 보듯 뻔한 일.
일본보다 강하다는 중국 및 북한과의 대전이 비록 없다고 할지라도 아시아의 스포츠강국인 한국이 이 여자축구로 인해 「최대의 우스갯거리」가 될 것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당초 일선축구계와 언론의 반대가 비등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출전을 강행한 체육부장관·체육회장·축구협회장 등 관계자들의 맹목과 무책임에 대해 이날 스탠드의 축구팬들은 신랄한 비난을 퍼부었다.
한 관객은 『도대체 유치원생을 느닷없이 대학에 입학시킬 수 있는가. 그 학생이 제대로 대학을 다니겠는가. 결국 그를 대학에 보낸 후견인이 그 학생의 인생을 망치고 말 것이 아닌가』고 비유, 건전한 사회통념에 어긋나고 체육계의 질서를 파괴하는 스포츠행정을 통박했다.
한편 이미 한국은 북경대회 최종엔트리를 제출, 만약 출전을 취소할 경우 제재를 받게된다. 경박한 체육행정가들이 한국스포츠를 수령에 빠뜨려놓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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