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주민도 알아야 한다/북의 보도에 나타난 불균형(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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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에서의 남북 총리회담을 끝낸 뒤 우리가 북측에 대해 못내 유감스럽게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북한언론들의 남쪽 주장과 제의에 대한 외면과 묵살이다.
이번 회담은 기본적으로 남북이 서로 종전의 주장과 제의를 되풀이 하는데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만남」 자체의 의의 이외에도 평가할 만한 것이 없지 않다고 본다.
그것은 이번 회담이 남북의 주장과 제의의 내용을 상세하고 밀도 있게 국내외에 알려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또 남북의 당국자들이 직접 만나 접촉을 가짐으로써 서로가 그 주장과 제의의 행간에 깃든 의도를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그러나 역시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쪽 주민들은 북쪽의 주장을,북쪽 주민들은 남쪽의 주장을 상세히 아는 길일 것이다. 통일이 남이나 북이나 국민적 합의와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에는 그 누구도 다른 주장을 할 수 없다면 우선 남북의 주민들은 서로 상대방의 주장을 정확하고 상세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는 북측이 늘 주장하고 있는 통일의 기본방향,즉 통일은 당국과 당국만의 접촉이 아니라 각계각층 다방면의 교류와 접촉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에 비추어 볼 때도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북측 신문과 방송들은 남쪽의 주장이나 방대한 제의내용을 회담기간중 단 몇줄,단 몇마디로 밖에 소개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것도 중요 대목이 아니라 인사말에 가까운 것이거나 당위론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의 것이었다. 북의 대표들도 확인할 수 있었듯이 남쪽의 언론들이 남북의 연설과 제의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그리고 균형있게 보도한 것과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우리가 북의 당국자나 주민들이 남쪽의 주장과 제의를 당장 그대로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거나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분단 45년동안 서로 다른 이념과 체제 아래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각에는 당연히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도 서로 적지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주장을 하고 있는가는 알아야 할 게 아닌가.
당국자들뿐 아니라 국민적 차원에서도 서로 상대방 주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불필요한 오해도 없어지고 그에따라 합리적 해결책도 도출할 수 있을 게 아닌가.
남쪽에서는 회담기간중 그 일부분을 TV로 방영했음은 물론 평상시에도 북의 TV프로 일부를 그대로 방영해 북쪽 사회의 실상에 대한 이해를 제한적이나마 넓혀가고 있다.
북의 기자들은 회담기간중 철거민의 생활이나 학생들의 시위를 취재,보도하는데 열을 올렸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것들도 분명히 남쪽 실상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결코 전부는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면 좋건 나쁘건 전체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균형있게 보도하는 것이 마땅하고 그래야 평화통일의 대중적 바탕도 마련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북의 언론들이 이제라도 남쪽의 제의내용을 상세히 북한주민들에게 알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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