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동전 그림 내 작품이죠"|동전·메달 동안 "13년의 외길" 조폐공사 박창식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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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코피자판기는 물론이려니와 전철을 탈 때나 전화를 걸 때 등 많으면 하루에도 십수번, 아무리 안 써도 한 두번은 쓰게되는 현대 생활인의 필수품 동전.
별 생각 없이 쓰고 있는 동전 한 닢이지만 거기에는 많은 사람들의 땀과 정성이 담겨있다.
77년부터 13년간 한국조폐공사 기술연구소 도안 연구부에서 동전과 메달만을 도안해오는 박창식씨(43).
동전 하나의 원판을 만들기 위해 거쳐야하는 15사람 중 한 명이지만 십 수년 동안 매일 보게되는 동전의 그림을 도안했다는 점에서 우리에겐 가깝게 느껴지는 인물이다.
1원 짜리에서부터 5백원 짜리까지 지금 쓰고 있는 모든 동전의 뒷면 도안을 맡았었다는 박씨는『내가 만든 동전 한 닢 때문에 생기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을 지켜보노라면 이상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우리 화폐 제조기술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있는 관계로 외국주화의 주문도안을 맡고있는 박씨는 외국주화의 도안은 각종 문양을 그 나라 문화에 맞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료를 찾아야하는 등 여간 힘든 작업이 아니라고 한다.
지난 88 서울올림픽의 수상메달과 참가메달·기념주화의 도안도 담당했던 박씨는『32종의 올림픽 주화를 만들기 위해 2년여 동안 총 2천여점을 도안한 끝에 32점이 채택된 것』이라고 말해 도안작업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임을 실감케 했다.
박씨는 특히『88 올림픽 때는 내가 만든 메달을 타기 위해 저토록 애쓰고 심지어 약물까지 복용하나 생각하니 정말 정성들여 일해야겠다는 다짐을 저절로 하게 되더라』고 술회했다. <글 이년홍 기자 사진 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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