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내 케이블 - 유.무선통신 간 통합바람 불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음성통화 중심의 통신 업체들이 IPTV로 방송 영역을 넘보자 케이블 업계도 VoIP로 통신 시장에 역공을 취하고 있다. 연방통신위원회(FCC)는 규제 완화로 이런 경쟁을 독려한다."

남가주대 통신정책연구소장인 사이먼 윌키(사진) 교수는 미 통신 시장의 현주소를 한마디로 요약했다. 통신정책연구소는 독지가가 기증한 2층 집을 개조해 만든 아담한 건물로 너른 잔디 정원과 벽난로 등을 갖춘 고풍스러운 실내장식이 인상적이었다. 호주 출신으로 20년째 미 통신정책을 연구해 온 그는 이달 초 남가주대에서 FCC의 커미셔너 위원 다섯 명 전원이 참석하는 '미디어 소유 규제완화에 관한 공청회'를 유치할 정도로 영향력 있는 전문가다. 윌키 교수와의 일문일답.

-통신 시장 상황은.

"자유경쟁이다. 1996년 케이블과 통신 간의 장벽이 사라지면서 케이블과 전화 사업자 사이의 경쟁이 뜨겁다. 전화 사업자들은 장거리 전화 수익이 10년간 90% 이상 줄 정도로 극심한 요금인하 경쟁을 벌였다. 이에 따라 사업자들은 케이블TV.초고속인터넷.전화를 묶어 팔기 시작했다. 앞으로는 여기에 이동통신까지 보탠 서비스가 보편화할 것이다. 2~3년 안에 케이블.전화사업자와 이동통신 사업자 간에 인수합병(M&A) 또는 전략적 제휴 바람이 불 것이다."

-가격이나 시장점유율 등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다. 문제는 묶음 판매로 전체 가격은 낮아지지만 개별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드는 것이다. 과거 FCC는 케이블.전화.인터넷 등 전송 분야별로 허가를 받는 '사일로(곡물을 쌓아 놓는 높은 탑) 규제' 체제였다. 케이블 사업은 전국 77개 권역별로 지방정부의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통신이나 인터넷 서비스는 이런 제한이 없다. 그래서 IPTV의 경우 같은 서버를 통해 전송하는데도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되고 옆의 네바다 주에서는 안 되는 일도 벌어진다. FCC는 통신업 허가만 받으면 무선.구리선.광섬유 등 어떤 방식으로든 전송이 가능한 수평적 규제를 한다. 영국이 모델이지만 아직 관련 법안이 하원을 통과할지는 불확실하다."

◆ 특별취재팀 : 미국=김창우, 영국=서경호, 싱가포르=김원배, 일본.중국=이원호 기자 (이상 경제 부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