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시기등 정보수집혈안/국내 기업들 소련서 무엇을 하나(경영정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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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직원 현지 연수에도 역점/경협자금 따내기 경쟁 우려도
모스크바주재 국내상사원들은 요즘 한소수교 및 경제협력의 진행속도와 내용에 관한 감을 잡느라 정신이 없다.
삼성ㆍ현대ㆍ럭키금성ㆍ대우 등 모스크바주재 국내상사원들은 소련이 최근 우리정부에 제시한 경제협력 리스트의 숨은 의미와 경제협상의 막후 얘기에 관한 정보를 수집,쉴새없이 독촉전화를 해대는 본사에 보고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들이 역점을 두고 파악하고자 하는 경협리스트의 숨은 의미란 한마디로 말해 대소 차관과 경제협력사업의 연관성을 말한다.
또 대소 경제협상의 막후얘기란 소련간 정치ㆍ경제협상의 진전속도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의미한다.
국내 각 그룹은 한소수교가 가까운 시일내에 이루어질 것이란 낙관적인 견해를 갖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 그룹전체차원의 조사단과 직원의 현지연수 소련측 관계자의 방한초청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물산ㆍ전자 등을 중심으로 지역전문가 양성을 위한 6개월ㆍ1년과정의 현지연수를 실시하고 있으며 럭키금성ㆍ진도등도 직원들의 현지연수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한 이와는 별도로 각그룹별로 소련측의 기술을 이전받기 위한 준비단계로 기술이전위원회등을 설치,소련출장등을 통해 기술도입선을 찾기에 열심이다.
이와 함께 각종 프로젝트추진위원회등도 오는 9월중에 대규모로 파견,현지의 사업을 보다 더 구체화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모스크바 주재원들의 상당수는 현재 본사가 현지 주재원들의 감과는 달리 연내에 수교가 이뤄질 것이라는등 한소간 정치ㆍ경제협상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데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이들은 한소간에 비밀리에 논의되고 있는 수교의 시기와 경협의 규모에 관해 본사가 왜 그토록 집착하는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너무 낙관적인 본사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즉 이들도 수교를 전후해 상당한 경제협력(차관)이 소련에 제공될 것이며 이것이 결국은 국내업체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성격의 프로젝트론의 성격을 갖게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 이때문에 수교의 시기와 소련측이 고려하고 있는 사업의 우선순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스크바에서 느끼고 있는 분위기는 수교에 관한한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파악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이들 상사원등은 한소수교시기에 관한 정보는 오히려 본사에 떠맡기고 경제협력리스트와 차관의 연관성쪽에 보다 더 역점을 두고 정보수집에 혈안이 돼 있다.
이들은 자기네 회사의 대소 프로젝트나 수출우선 품목이 이번의 경협리스트상에서 어떠한 비중으로 고려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려 열심이다.
이를 위해 현재 확보하고 있는 자체 정보망을 통해 소련정부의 의도를 알아내고 한국의 국내실정을 감안할때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 경협이 이뤄질지에 관한 기초판단자료를 준비하느라 골몰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그룹의 모스크바주재사무소는 국내에서 자신들의 프로젝트와 연관한 거물급인사가 방소할 경우 본사와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경쟁적으로 접대에 나서고 있으며 소련정부의 경제개발에 관한 구체적인 장기계획안등을 파악하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들은 아직까지는 소련시장이 불안전할뿐 아니라 구체적인 시장수요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보를 확보해 우리 정부가 제공할 경제협력자금을 우선적으로 이용,대소시장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러한 국내기업들의 대소 전략은 소련시장의 불안전성이 해소될 때까지 위험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소경이 제닭 잡아먹는 식으로 우리기업들이 소련시장에서 우리자금을 한푼이라도 더 따먹기 위해 경쟁하는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아 씁쓸한 느낌을 갖게한다는 것이 모스크바 현지의 분위기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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