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바구니 노인」으로 알려진-실명 장인 김만국씨|「손가락 끝 눈」 있어 수월하게 작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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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저는 빛 없이도 환히 볼 수 있는 「손가락 끝 눈」이 있기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훨씬 수월하게 일할 수 있답니다』.
실명 장인 김만국씨 (66·제주도 북제주군 조천읍 와흘리 1912).
4세 때 안약을 잘못 써 눈이먼 김씨는 16세 때부터 반세기 동안 대바구니를 짜오는 제주도 제l의 죽세 공인이다.
대칼 한 자루로 두 엄지손가락을 모은 만큼한 대나무를 두께 1㎜ 너비 1·5㎜로 마치 기계에서 섬유질을 뽑아내듯 정확히 오려내는 솜씨는 보는 이의 혀를 차게 한다.
이렇듯 자른 대실을 갖고 한올의 오차도 없이 총총히 빠른 손놀림으로 대바구니를 엮어 갈 때는 「눈뜨고 일한다」는 오해 (?)의 탄성이 터진다.
김씨는 아무리 눈이 안보여도 마음을 가다듬고 마음의 눈을 뜨면 손끝에 와 닿는 모든 것이 그림처럼 보여 못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손끝의 감각만으로 정교하게 대바구니를 까내는 그는 그래서 이젠 「대바구니 노인」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씨는 안타까운 한숨을 내쉰다. 화학 섬유 제품에 밀려 대바구니가 잘 안 팔리는 데다 지난 2월 부인이 교통 사고로 숨져 정성들여 대바구니를 만들어도 제때에 팔아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대바구니 짜기로 한 평생을 살아온 그는 슬하의 네딸을 모두 시집 보내고 요즘은 혼자 외롭게 살지만 봄·가을에는 장애자 모임에 나가 이렇게 말한다. 『마음의 눈을 떠 「하면 된다」는 신념을 가지면 정상인에 못지 않게 된다』고. <글·사진=신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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