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방광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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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전에 시골의 국민학교로 전근을 갔던 여교사가 병원을 찾아왔다. 소변을 볼 때마다 따갑고 아프다고 해 진찰을 해보니 방광염이었다. 흔히들 오줌소태라 부르는 증상이다.
시골의 화장실이라는 것이 으레 그렇듯이 비위생적이다 보니 이 교사도 화장실 가는 것이 꺼려졌고 그 결과 소변을 습관적으로 오래 참았기 때문에 배뇨기관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다행히 염증이 심하지 않아 방광염은 쉽게 치료될 수 있었다.
인체내의 배뇨기관은 정수기처럼 여과하는 기능이 있어 노폐물을 걸러서 배설시킨다. 혈액이 신장을 통과하는 사이 노폐물이 제거되며 그중 수분 및 염분의 대부분은 재 흡수돼 체내에 보존된다.
나머지는 요관을 통해 방광으로 보내지며 여기에 소변이 저장되었다가 일정량 이상이 되면 요도를 통해 체외로 배설되는 것이다.
이 배뇨기관염증은 다섯 명의 여성 중 한 명 꼴로 생기는데 그 대부분이 하부 배뇨기관 즉, 방광과 요도부분에 생긴다. 이 상태는 그리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으나 치료 않고 놔두면 신장에까지 영향이 미치므로 조기 치료해야 한다.
방광염이 생기는 원인은 대장균에 의한 감염이 가장 많다. 대장에 있던 균이 항문이나 질 근처에 머무르고 있다가 요도로 옮겨지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소변을 너무 오래 참고 있어서 발생하는 경우다. 소변을 오래 참으면 방광이 늘어나고 근육이 약해지는데 이 때문에 오줌정체현상이 생겨 감염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또 임신했을 때라든지, 폐경기 이후의 여성, 혹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여성은 방광염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방광염의 증세는 우선 소변 볼 때 따갑고 아프다. 그리고 소변이 자주 마렵고 화장실을 다녀와도 금방 또 마렵다. 소변의 양이 적고 간혹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염증이 신장까지 퍼진다면 허리가 몹시 아프고 열과 오한이 동반되기도 한다. 심하면 오심(토할 듯한 기분)이나 구토까지도 생긴다.
소변검사나 균 배양검사 결과 방광염이라 판별되면 항생제를 7∼10일간 복용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치료해도 재발하는 만성방광염의 경우는 치료에 좀더 시간이 걸린다. 흔히 신장결석으로 배뇨기관이 막혔다든지, 요도가 협소해 소변 정체현상이 있으면 만성방광염이 되기 쉽다.
방광염을 예방하려면 첫째 위생적인 생활을 해야한다. 용변 후 휴지는 앞에서 뒤로 처리해야 하며 성교 전후에 요도 입구 및 질 주위를 잘 세척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소변을 오래 참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비타민C를 많이 섭취하면 소변을 산성화시키므로 방광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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