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너 전 미 CIA국장이 전망한 중동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ㆍ이라크 함께 철수해야 사태 해결”/후세인은 불리하면 사우디ㆍ이스라엘 공격/서방은 중동석유자원 지배세력 용납안해
현재의 페르시아만 사태가 이라크에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이라크가 택할 수 있는 카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침공하거나 이스라엘을 공격하거나,아니면 서방인질을 이용하는 등 몇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 이라크의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물러나는 대신 미군이 사우디에서 철수하는 것이라고 맨스필드 터너 전 미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3일 파리에서 발행되는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와의 회견에서 말했다.
다음은 그의 회견요지.
­현재의 군사적ㆍ외교적 동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어느 쪽이 기세를 더 잘 유지할 수 있느냐는 일종의 힘겨루기 단계에 와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세계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은 미국이 반이라크연합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아니면 후세인이 반이라크연합을 무너뜨릴 수 있을 만큼 이라크국민과 아랍대중에 대한 결속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대세가 미국쪽으로 기울지 않을 경우 미국은 쿠웨이트에서 이라크를 밀어내는데 충분한 만큼의 물리적 힘을 강화하는 선택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상황이 이라크에 불리하게 돌아갈 경우 이라크는 사우디나 이스라엘 둘중 하나를 공격하거나 서방인질을 이용하는 등 몇가지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한주는 세계의 기세를 자기방향으로 결집시킨 미국에 유리하게돌아간 한주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랍세계에 대한 후세인의 「성전」호소로 지난주 미국이 거둔 효과는 곧 상쇄될 것이다.』
­사우디파견 미 병력을 25만명까지 늘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를 현실적인 규모라고 보는가.
『과연 그 정도 대규모 병력이 필요할지 나 역시 의문이다.
현단계에서 그러한 대규모 병력파견을 미 행정부가 검토하지 않고 있기를 개인적으로 바란다. 후세인이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할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인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만일 정말로 공격해올 경우에는 그 정도의 병력파견도 필요할 것이다.』
­아랍연합군의 참전은 미군의 역할을 그만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아랍연합군의 파견은 상징적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실상 전쟁이 벌어졌을때 전투는 주로 미국과 유럽의 일부국에 의해 수행될 것으로 본다.』
­페르시아만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모호하고,이번 사태에 걸려 있는 미국의 이해가 과연 무엇인지 불명확하다는 일부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이해는 명확하다고 본다. 소련이든 이란이든,아니면 이라크 등 그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페르시아의 석유생산이 지배되는 것을 자유세계는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부시 대통령이 한가지 실수를 한게 있다면 우리의 목표를 너무 명백히 밝힌 점이다. 그가 제시한 우리의 목표는 곧 후세인의 제거,다시 말해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야겠다는 것인데 이는 타협의 여지를 너무 명백하게 막아놓고 있다.』<파리=배명복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