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집·땅도 팔아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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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이 부동산 중개업체처럼 고객의 집이나 땅을 대신 매각해 주는 서비스를 잇따라 제공하고 있다. 외환은행은 24일 이 같은 내용의 '부동산 처분 신탁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외환은행은 부동산 매매 전문업체와 제휴를 했다.

이를 이용해 부동산 매각을 은행에 맡긴 고객은 일일이 중개업소를 찾아다니는 불편 없이 매매가 성사됐을 때 법정 중개수수료 수준의 신탁 수수료를 은행에 내면 된다.

은행은 부동산 중개법인이 아니어서 중개 수수료를 받을 수 없다. 대신 부동산 실사 등에 필요한 신탁 수수료를 받는다. 외환은행의 신탁 수수료는 거래 가격의 0.4~0.6% 수준이다.

외환은행 PB영업본부 양용화 팀장은 "고객들과 상담하면서 부동산 매매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아 이런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2002년부터 부동산 처분 신탁 서비스를 시작한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까지 1150억원(59건) 상당의 부동산 매각을 성사시켰다. 전체 신청 건수의 20% 수준이다. 하나은행은 40억원 이상의 부동산에만 이 서비스를 제공해 VIP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탁 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7~1.5%다. 시중은행들은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의 부동산 매물을 홍보하는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일반 부동산 정보 사이트를 이용할 경우에는 10만~12만원 정도의 등록비가 들지만 은행들의 서비스는 무료다. 하나은행은 '부동산 매물 홍보 서비스'를 23일부터 시작했고, 우리.국민은행도 홈페이지에서 부동산 시세정보 제공과 매물 등록을 무료로 해 주고 있다.

한편 최근 경매물건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이 낙찰자에게 경락 잔금을 빌려주는 경매대출도 인기를 끌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락주택 구입자금 대출'은 낙찰자에게 필요한 자금 100%를 빌려준다. 올 들어 9월 말까지 3114억원이 풀렸다. 신한은행의 '안전경매대출'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경매 아파트를 융자 대상으로 하며, 낙찰가의 60%까지 빌려준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경매 플러스론'과 '경매옥션클럽 서비스'를 통해 대출해 주고 있다.

이달 들어 17일까지 법원경매에서 낙찰된 서울지역 아파트는 총 127건으로 입찰경쟁률은 7.1대 1에 달했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낙찰가율)은 평균 95.4%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았다.

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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