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 테러 배후는] 경계 느슨한 축제일 노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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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마단 대공세인가'.

이슬람 세계의 축제인 라마단 첫날 이라크 주둔 미군 및 국제기구, 이라크 경찰을 가리지 않는 저항세력의 무차별적이고 대대적인 연쇄 공격이 발생했다. 미군 측은 즉각 "반미 다국적 테러 단체가 개입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느슨해진 경계 노려=이틀간의 공격은 라마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공격 시점으로 이용됐다. 독일 dpa 통신은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번 공격이 단식월인 라마단이 시작되는 시기에 맞춰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시기를 노린 이유로는 두 가지가 꼽힌다. 성스러운 종교의식이 시작되는 시기에 미군 심장부에 일격을 가하고 동시다발 공격을 감행해 저항세력들은 이라크인의 민심을 끄는 목적을 달성했다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7일 보도했다.

또 낮에 단식을 하고 밤에는 축제로 돌아가는 이 기간이 가장 경계가 느슨한 시점이다. 전쟁도 중단하고 단식을 수행하는 이슬람 전통을 아는 미군 당국도 방심했을 가능성이 크다. "소규모 저항세력이나 테러 집단이 행한 것이라고 보기에는 규모와 지역이 너무 방대하다"고 카이로 아메리칸대의 왈리드 카지하 정치학과 교수는 설명했다.

◇다양한 저항세력=가장 유력한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세력은 후세인 추종자들이다. 이라크 과도정부의 아흐마드 이브라힘 내무차관은 "최근 폭발 사고의 배후에는 축출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 있다"고 27일 주장했다. 페다인 민병대를 비롯, 해산된 이라크 군대 조직이 최근 통신.교통이 점차 복구되면서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라크 과도통치위 관계자들은 "과격 이슬람 외부 세력도 종전 후 전면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은 이라크에 입국한 테러리스트들이 해외 이슬람 과격 단체들의 자금.무기 지원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로 꼽히는 단체는 알카에다의 직접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안사를 알이슬람이다. 미군 당국은 또 알카에다 등 이라크 외부의 테러 세력이 토착 수니파나 옛 후세인 추종세력과 협력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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