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교육 싫어 고국을 등졌다"|집단 농장 기사 윤재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일제의 노예가 되지 말고 조선 독립의 큰 일꾼이 되라는 선친의 말씀을 받들지 못해 늘 괴로웠습니다』
일제 침략이 극에 달했던 30년대 초『일본 교육을 받으면 일본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다』는 선친 윤엽씨 (69년 작고)의 가르침에 따라 전남 강진 보통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7세의 어린 나이로 소련에 유학, 고국을 떠난지 60여년만에 백발의 노인으로 귀국한 윤재걸씨 (67·모스크바 거주).
윤씨의 기구한 인생 역정은 31년 노상열씨 (당시 20세 가량) 라는 독립운동가가 윤씨의 고향 전남 강진군 도암면 만덕리에 내려오면서부터.
노씨는 일본 경찰에 체포돼 3년간 옥고를 치른 뒤 윤씨의 집에서 가정교사로 재걸씨를 만나 선친 윤씨의 가르침에 따라 함께 소련 유학길에 올랐다.
소련으로 건너간지 2년만에 노씨가 오히려 일본군 첩자로 몰려 투옥되면서 윤씨는 고아아닌 고아로 노씨의 부인 권해옥씨 (91·타슈켄트거주) 손에서 자라나 우즈베크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는 집단 농장 농기계 기사로 일하고 있다.
『어린 나이지만 소련으로 건너가 조국 광복을 위해 많은 것을 배워 오라』던 선친의 말씀이 귀에 생생하다는 윤씨는 마중 나온 동생 재협씨 (51)로부터 『어머니가 형님을 기다리다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끝내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윤씨는 50년 재소 동포인 박루이사씨 (64)와 결혼, 1남 3녀를 두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