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원서 본 현대인의 내면 의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연극 관객들의 발길이 뜸한 여름 극장가에 유독 『프쉬케, 그대의 거울』 (김정일 작·윤석화 연출)은 지난 한달 동안 연일 초만원을 이뤄 주목되고 있다.
용인 정신병원 전문의인 김정일이 작품을 쓰고 연극계의 재능인으로 널리 알려진 윤석화가 연출과 주연을 경하고 있음이 우선 관심을 끌고있으며 특히 정신병 환자의 병리상태와 치료과정이 극적인 구경거리로 호기심을 자극하게 하는 요인으로 여겨졌다.
작자인 김정일은 수년간 환자의 치료를 위해 병원내에서 하는 치료 연극인 이른바「사이코 드라마」를 직접 지도해 온 전문의다.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을 통해 현대인들의 정신 내부를 해부하고 조명해 보자는 의도에서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윤석화는 이번 작품에서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세계, 현대의학과 무속, 사이코 드라마와 내림굿과 같은 지극히 전문적이고 난해한 문제들을 연극 속에서 어떻게 수용하고 표현할 것인가에 대해 하나의 실험 작업을 시도하려 했다.
이 연극은 유부남을 사랑하던 지성적인 여인이 정신병에 걸러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던 중 의사의 양해하에 무속의 내림굿을 받게 되며, 잠시 의식 세계로 되돌아왔으나 끝내 자살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인 환자가 무의식과 의식의 세계를 넘나들며 자신의 과거를 재현시키고, 또한 무의식의 내면을 마치 실제 세계인 듯 표현주의적 수법을 통해 노출시킨 것 등은 연극적인 재치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러나 극적인 형상화가 어려운 대상인데서 비롯된 미숙한 표현이 군데군데 눈에 띄었고 근본적인 작품구조와 접근 방법에 대한 모호한 자세도 새로운 과제로 부각되었다.
어쨌든 극중 인물의 병리 현상을 통해 우리 자신의 내면을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이번 연극의 묘미라 하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