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흥망론(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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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은 망할지도 모른다는 주장을 펴서 세계의 화제가 되었던 학자가 있었다. 역사상 강대국의 지위를 누린 나라들은 막중한 군사비 부담때문에 결국은 국민경제의 활력을 잃고 나라의 운세도 기울고 만다는 것이다.
예일대의 폴 케네디교수는 지난 87년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책을 내놓아 일약 이 시대의 예언자가 되었다. 그는 미국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가 증언했고,TV토론에도 빈번히 등장했다.
오늘 그 미국에서 미국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는 반사적 내용의 책들이 쏟아져 나와 흥망론이 교차하고 있다.
우선 지난 3년사이에 일어난 세계사적인 변화들은 케네디교수의 주장을 뒤집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공산주의사회의 몰락과 동서화해가 그 첫째 이유로 꼽히고 있다. 강대국들은 지나날처럼 군사비를 무한정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연출된 것이다. 펜터건(미 국방부)은 벌써 25%의 군사비 삭감을 제안하고 있을 정도다.
최근 『미국 쇠퇴의 신화』라는 책을 내놓은 헨리 N나우라는 저자는 미국경제가 다시 일어나려면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첫째는 물가의 안정,둘째는 무역장벽을 낮출 것. 세째는 정부의 간섭 배제. 이 저자는 한때 NSC(국가안전보장회의)의 참모를 지낸 미국의 두뇌이기도 하다.
리처드 로즈크랜스저 『미국경제의 부활』이란 책 또한 미국경제가 되살아 나는 조건으로 역시 세가지를 지적했다. ①교육제도의 획기적인 개혁 ②조세제도의 근본적 개혁 ③비대한 관료조직의 개편이다. 이런 변화가 일어나면 미국의 장래는 낙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시 요즘 출판된 『선두를 향해서』라는 J S 나이 Jr의 저서는 좀 다른 시각에서 미국의 장래를 전망했다. 그는 나라의 저력을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로 구분했다. 하드 파워,가령 미사일이 많다는 것 만으로는 강한 나라라고 할 수 없고,『비강압적인 모양의 권위』,곧 소르트 파워가 강해야 진짜 강한 나라라는 것이다.
컴퓨터로 치면 소프트 웨어가 중요하다는 말과 같다. 그 점에서 미국은 우월하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관심은 미국이 강하냐,약하냐하는 논란이전에 한 나라가 강해질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의 좌표를 돌아볼 수 있는 기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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