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맞은 「반여 장외 동행」/「김대중­이기택회담」과 정국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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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통합 경계심 남아 제한적 “결의”/지자제ㆍ총선 등 투쟁원칙엔 한 목소리
김대중 평민당총재와 이기택 민주당총재가 18일 양자회담에서 조속한 시일내에 통합협의와 대여투쟁을 위한 공동전선등에 합의함으로써 거여에 대항하는 범야 세력결집의 발판이 마련됐다.
이날 회담에서 김­이 양자가 대여 공동투쟁과 통합원칙에 손쉽게 합의한 것은 의원직 사퇴를 계기로 대여투쟁에 있어서 같은 배에 탄 입장을 확인했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평민­민주 양당은 대중집회의 공동주최,대여협상의 보조일치 등 폭넓은 협조관계를 일단 이룬 것이다.
그러나 야권통합문제에 있어서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경계심이 그대로 남아있어 겉으로의 통합원칙 합의에도 불구하고 양당관계는 제한적 제휴상태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2시간여 계속된 양자회담에서 김­이 두 총재는 4개항에 합의했는 데 그 줄거리는 △의원직 사퇴 △조기총선 요구 △통합협상 △내각제반대 등으로 미리부터 예견됐던 것.
이중 특히 주목되는 것은 의원직 사퇴후에 조기총선과 지자제 동시실시를 공동 요구하고 이것이 거부될 경우 대여협상을 일체 하지 않겠다는 부분이다.
이는 평민당측이 여당과 지자제문제를 놓고 막후흥정을 벌여 타협할 경우 결정적 타격을 입게 되는 민주당이 평민당의 입지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강력히 요구해온 것이고 이를 김대중총재도 쾌히 받아들였다.
때문에 정국수습을 위한 여야협상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게 됐으며 평민­민주 양당은 조기총선 관철쪽으로만 압력을 집중하게 됐다.
또 20일 양당이 재야대표와 3자회담을 열어 통합결의를 밝히기로 명문화한 것도 야권통합에 있어서 상당한 진전이라 보여지는데 이것이 어떤 구체적 결론으로 나타날지는 추측하기 어렵다.
그러나 3자 모두 야권통합이라는 명분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일단 범야통합 결의까지는 밝힐 것이 확실하다.
그러나 평민ㆍ민주ㆍ재야 모두 내부적인 갈등요인과 통합에 따른 지분문제등이 있어 통합 자체의 실현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3자가 대여 공동투쟁을 벌여 나가게 되면 이들 사이의 연대감은 강화될 수 있다.
김­이 총재는 이날 합의에서 여권이 추진하는 내각제 반대투쟁에도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합의하고 있어 야권의 공동전선은 상당한 결속력을 가지게 되고 이것이 여당에게는 큰 압박요인이 될 것이다.
○“야통합 가속화”
○…김대중 평민당총재는 회담을 마친 후 당사에 돌아와 당직자들과 환담을 나누며 『잘됐다』고 회담결과에 크게 만족해 했다는 것.
김총재는 『이총재가 생각보다는 고뇌도 많이 한 것 같고 진지하고 신중하게 나의 얘기를 들어주더라』면서 『이제 야권통합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희망을 피력했다고 한 당직자가 전언.
사실 평민당은 이번 회담에 3자통합등 통합의 원칙이 합의되지 못할까봐 크게 우려해 왔으며 김총재도 회담에 앞서 『얼마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통합이 야권의 제1과제라는 점을 설득할 생각』이라고 거듭 다짐해 왔었다는 것.
그러나 회담에서 이총재가 의외로 통합의 원칙,특히 3자통합의 원칙을 전폭 수용하자 평민당은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
평민당이 이날 통합의 원칙합의에 고무된 이유는 이로써 그동안 양당의 통합논의 과정에서 나온 여러가지 불협화음을 불식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하기 때문.
○“협상은 총선뿐”
○…이기택 민주당총재는 총재회담후 국회 복귀의 길을 차단하고 통합의 실질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성과라고 강조.
이총재는 총재회담 합의사항에 대해 정무위원회의 만장일치 추인을 받았다고 기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조기총선등이 달성되지 않는 한 대여협상을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기 때문에 의원직 사퇴를 철회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
이총재는 의원직 사퇴가 관철되면 야권통합도 본격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20일의 평민ㆍ민주ㆍ재야대표 3자회담에서는 통합추진기구도 구성될 것이며 빠르면 8월중에라도 통합작업이 끝날 수 있다고 전망.
이총재는 김총재가 20일 3자회담에서 「통합선언」을 하자고 제안한 것을 「통합결의」 정도로 완화하자고 했다고 소개하면서 『선언과 결의는 큰 차이는 없으나 굳이 따지자면 강도가 다소 낮은 정도』라고 설명.
이총재는 또 『총재회담때 「평민당이 청와대측과 막후협상을 진행중이라는 보도가 사실이냐」고 물었더니 김총재는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했다』고 전언.<김현일ㆍ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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