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야대립 최대한 이용/북한 국회회담 연기 속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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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끄런 정국 대화로 희석 불원/총리회담은 예정대로 열릴 듯/성사때 대규모 인적교류 기피 의도도
북한이 19일로 예정된 남북 국회회담 11차 준비접촉을 돌연 일방연기 하겠다고 통보한 것은 그들이 대남 통일전선전략을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측의 전금철단장이 밝힌 일방연기 이유는 『귀 국회에서 강행된 여당의 횡포는 광범한 사회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소위 날치기통과로 남쪽 국회가 혼탁과 갈등을 겪고 있는 판에 괜히 남북대화로 관심을 돌리게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내부의 정당간 분열상을 최대한 증폭시키는 것이 대화약속보다 그들에겐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아울러 북측이 개최하려고 하는 8ㆍ15 범민족대회에 초점을 맞춰 우리측 재야단체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의도도 숨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당의 날치기통과에 반발하고 있는 야당측이 의원직 사퇴로 강경대립하고 있는 판에 국회회담을 여는 것이 싸움을 일시 말리는 효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은 국회회담 예비회담에서 여야가 단합된 목소리를 낼 것을 원치 않고 있음이 분명하다.
북한측은 지난 6일 평양방송을 통해 8월15일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지역을 개방한다고 선언한 데서 밝혔듯이 그들이 추진하는 8ㆍ15 범민족대회를 우리 국내 여론분열의 계기로 삼고자 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국회회담이 열리면 이미 남북문제를 국민의 대의기관에서 논의하고 있는데 각계 각층이 참여하는 범민족대회를 갖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논리적 근거를 우리측에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나아가 8ㆍ15 범민족대회의 초점을 흐리고 싶지 않다는 나름의 의도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어 준비접촉을 일부러 8월15일 이후로 잡기 위해 우리 내부문제를 걸고 넘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또 이번 국회회담 준비접촉이 열리면 우리측의 대폭적인 양보로 본회담이 성사돼 국회의원 전원이 남북을 오가는 대규모 인적교류가 실현되게 되어있어 이를 기피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러함에도 오는 26일로 예정된 남북 고위 당국자회담 예비회담과 여기서 발표될 오는 9월4일의 고위급회담 본회담은 예정대로 개최될 것이란 것이 정부당국자들의 분석이다.
결국 국회회담 연기는 우리 내부가 시끄러우면 대화를 기피하고 남쪽의 정치가 안정되면 대화에 적극적인 북측의 오랜 통일전선전략이 다시한번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조현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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