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북에 준 현금놓고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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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이 대북 현금 지원 문제를 놓고 정면 충돌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미국측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지속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표출한 것에 대해 정부내에서 "미국도 북한 군부에 직접 현금을 건네줬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18일 "미국이 북한지역에서 미군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북한 군부에 직접 건네준 현금이 2500만달러가 넘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숨통을 틔워놓아야지"라며 "그래야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쥐도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고위 당국자의 이같은 발언은 전날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금강산 관광은 북한 정부에 돈을 주기 위해 마련해준 것 같다"고 말한 것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미국은 1996년부터 북한과 함께 유해발굴 작업을 시작해 2005년 5월 중단했다. 2002년 10월  ̄2003년 6월 사이엔 일시 중단됐었다. 미국의 유해발굴 사업은 북한측에선 인민무력부 소관이며, 미국측 사업비는 북한 정부가 아니라 군부에 들어가게 돼 있다. 이 때문에 미국내에서도 우려가 제기됐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로버트 골디치 연구원은 2004년 10월 제출한 미군 '전쟁포로와 전투중 실종자' 보고서에서 미국이 유해 발굴.송환을 위해 당시까지 북한에 제공한 돈을 "현금 1500만달러"라고 추산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2500만달러가 넘는다"고 확인했다. 미국이 유해 발굴작업에 사용했던 트럭 등 중장비 일부도 현재 북한에 남아있다.

이와 관련,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바른사회시민회의 초청 포럼에서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에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지원을 끊어야 한다"며 "그것이 바로 안보리 결의 1718호의 중점 목표"라고 강조했다. 버시바우 대사는 또 "금강산과 개성공단 사업은 안보리 결의 이행측면에서 심각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더 이상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한편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은 18일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 방식과 관련, "정부는 남북간 경협이나 개성공단사업, 금강산 관광을 중지한다고 말하지 않았다"며 "수정보완할 부분이 있으면 개선점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며 운용방식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나 국제사회 요구와 조화되고 부합하도록 필요한 부분을 조정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실장은 이날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중앙일보와 현대경제연구원 주최 21세기 동북아 미래포럼에서 이같이 언급한 뒤 "마치 대북경협을 다 끊고 정부가 사업을 못하게 한다든지 보상을 어떻게 해야 될거냐라고 할 정도로 가기까지의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도 이날 오전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강력한 대북 제재를 원하는 미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미 정부가 동맹국인 우리 정부와 국민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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