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수업인가”(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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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오늘수업만 받으면 구제가 된다고 해서 나오기는 했는데…. 도대체 당국과 학교의 방침이 뭔지 모르겠습니다.』
일요일인 15일 낮12시50분쯤 세종대 세종관 1층강의실에는 자연대 2년 권모군(20)이 혼자 앉아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에 있다 『오늘 오후1시에 전공과목 강의가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담당조교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달려오는 길이었다. 권군은 그러나 오늘 수업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건지 종잡을수 없었다.
문교부는 일관되게 「10일까지 수업을 받지않은 학생들은 보충수업을 받더라도 유급대상」이라는 방침을 발표해 왔지만 최근 학교측으로부터 「휴일보충수업 등으로 출석일수를 채우면 구제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학교와 문교부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때문.
권군은 『당국과 학교가 유급대상기준을 확실히 밝혀야 군입대나 재수를 하든지 어떤 대책을 세울게 아니냐』며 『문교부방침이 확고하다면 오늘수업은 왜 하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권군은 또 『친구들은 일요수업을 받더라도 유급될 것이라며 대부분 수업에 불참하고 있는데 나만 바보가 되는 것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일요수업을 지켜보기 위해 나온 이중화총장은 『휴업보충수업에 참석한 학생들을 유급 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학교측이 문교부에 건의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유급대상 선정은 문교부가 할 것이며 오늘 휴일수업의 효력은 결정된 바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긴박한 사태를 맞이한 세종대의 첫번째 보충수업은 이런 원칙없는 상태에서 어물쩍 진행됐고,때문에 정상적으로 이루어진 강의는 단 하나도 없었다.
수위아저씨 대신 전경 1개중대가 철통같이(?) 지키고있는 교문을 빠져나오던 한 학생은 『오늘 일요수업이 학생구제 목적이 아니고 재단측이 학교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 때문인지 이날 세종대 하늘을 뒤덮고있는 지루한 장마구름은 더욱 어둡게만 보였다.<이규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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