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고민 "이성문제" 으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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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저는 이성과 사귀어 볼만하다고 생각하는 소녀입니다. 지금도 좋아하는 애가 있어요. 처음엔 그 애랑 눈이 마주 치거나, 둘이 같이 있는 것만으로 기분 좋고 행복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손도 잡고 싶고 팔짱도 끼고 싶어요.』
『매일 살림을 때려부수고 유리창도 깨는 아버지, 아버지가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는 모르지만 우리아버지 한 분 때문에 우리식구 모두 괴로워 울고있어요. 차라리 아버지가 안 계셨으면 좋겠어요.』
10대 청소년들이 상담창구에 호소해온 고민들이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하고 따라서 세상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은 10대, 이들이 제일 괴로워하고 갈등을 느끼는 문제는 무엇일까.
10대 청소년들이 상담창구에 편지로 보내온 그들의 고민은 ▲성 문제를 포함한 이성문제(27.4%) ▲자신들의 성격이나 외모, 혹은 나쁜 습관에 관한 문제(24.3%), 그리고 ▲친구(13.6%) ▲공부(13.5%) ▲가정문제(13.1%) 등의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담자의 11.9%가 이러한 문제로 자살까지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더해 주고있다.
이 같은 사실은 편지로 청소년들의 고민을 상담해온「10대들의 쪽지」발행인인 김형모씨가 지난 한햇동안 전국에서 보내온 상담편지 2천 통을 분석한 결과 밝혀진 것.
상담문제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이성문제 중에는 성에 관한 고민이 가장 많았는데 (22.5%) 청소년들은 주로 성폭행을 당하거나 순결을 줘버려서 또는 자위행위·성적충동, 등으로 갈등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전체 상담자의 3%에 해당하는 61명의 여학생이 성폭행을 당하고 남은 인생을 포기하고 싶다고 호소해와 우리의 10대들이 성문제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을 생각해본 10대중에는 공부문제가 원인인 사람이 72명(30.3%)으로 단연 많아 최근 들어 성적을 비관해 자살한 중·고생문제가 앞으로 더 많이 나타날 잠재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백62명이 고민을 호소해온 가정문제의 경우는 ▲집에 오면 답답하고 죽고싶다(29.8%) ▲아버지의 독재, 음주와 폭력으로 인한 어머니 학대(20.2%) ▲엄마의 공부간섭(17.9%) ▲형제들과의 갈등·불화(13.7%)등으로 나타나 부모·자식, 형제간의 가족관계가 새롭게 형성돼야함을 제시해주고 있다.
상담편지를 분석한 김씨는『청소년 문제에 관해서는 어떤 교육적 이론이나 논리보다, 그들과 같은 마음이 되어 같이 느끼고 아파해 주는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10대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절실히 필요함을 강조했다.<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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