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의 총기사용(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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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 번화가에서 소매치기 용의자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사고는 놀랍기는 하나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전부터 예상하고 걱정해오던 일이 사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 몇해사이 우리 사회는 이른바 「민주화」의 열병과 함께 각종 흉악범죄ㆍ조직범죄의 범람에 시달려왔고 이에따라 범죄에 대한 치안당국의 대응자세도 강경화가 불가피해지는 경향을 보여온 것이 사실이다. 총기사용의 확대도 그중의 하나고 그에따른 정당성과 위험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경기도 성남에서 경찰이 쏜 총에 폭력배가 맞아 숨졌고 그 이후 이번 사건까지 경찰이 범죄용의자 검거등에 총기를 사용한 사례는 10여건에 이른다. 그중에는 술에 취해 파출소에서 행패를 부리는 시민에게 허벅지에 관통상을 입힌 명백한 과잉 불법사례도 없지 않았으나 흉악범죄의 기승에 어느 정도 기를 꺾는 효과도 있었다고 본다.
특히 지난 3월 검찰이 경찰관의 직무상 총기사용을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총기사용이 더욱 늘어나는 경향을 보여왔다.
우리는 대형화ㆍ흉악화ㆍ조직화되는 범죄에 단호히 맞서 법치의 권위를 세우고 시민생활을 보호하려는 경찰의 적극적인 자세를 평가하고 현장과 실제에서 부닥치는 고충과 애로를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총기사용이 충분한 사전훈련 없이 일상화되는 데 따른 위험에 대해 다시한번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이 경찰관의 과잉대응이었는지 여부는 조사에 나선 검찰이 밝혀낼 것이나 전후 정황으로 미루어 많은 시민들이 갖는 느낌은 『지나쳤고 매우 위태로웠다』는 쪽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길 가던 시민 한 사람이 유탄에 맞아 다친 사실은 예기치 않은 무고한 시민이 뜻하지 않게 희생당할 위험성이 있음을 입증해 주었다.
경찰관의 총기사용은 형법상의 정당방위,긴급피난 조항과 경찰관 직무집행법의 규정에 의해 제한적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우리가 여기서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강력범죄의 증가에 대응하는 경찰의 총기사용 자체가 아니다. 다만 이번 사건을 총기사용의 엄격한 절차마련과 훈련강화를 통해 과잉대응이나 일반시민이 상해당하는 일이 없도록 만반의 사전조치를 취하는 계기로 삼아달라는 것이다.
총기사용은 범죄자라해도 다른 수단이 없을 때 사용하는 「마지막 수단」이어야 하며 피의자의 생명유지와 시민의 안전이 으뜸가는 전제가 되어야 한다. 과잉방어나 오ㆍ남용 등 사고는 있어서 안되는 것이다.
여기서 특히 걱정되는 것은 총을 쓰는 경찰관의 숙련도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경찰관들은 연간 1회 25발의 사격훈련이 고작이고 그나마 제대로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경찰은 이를 올부터 연 2회,내년부터는 연 4회로 늘릴 계획이나 과연 그 정도 훈련으로 충분할지에 대한 대답은 자명하다.
서툰 솜씨로 흉기를 사용하는 범죄단속은 또다른 인권침해와 치안불안 요인일 수 있다. 경찰은 총기사용을 「마지막 수단」으로 자제하도록 엄격한 교육을 하고 동시에 경찰관들의 훈련부터 서두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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