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중복투자규제 논란/정부의 직접적 규제수단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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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산발투자로 국제경쟁력 약화 찬성/추세에 안맞고 득보다 실많아 반대
경제력집중완화와 관련해 대기업그룹의 「업종전문화」문제가 최근들어 정부와 재계의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아직 표면적으로 나타난 사안은 없으나 정부는 나름대로 이 문제에 대해 적지않이 고심하고 있으며 경제계도 정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긴장감마저 흐르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는 그동안 대기업의 경제력집중 문제에 대해 이는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로막고,이쪽저쪽에 산발적인 투자를 계속해 기업체질을 약화시켜 국제경쟁력 강화에 제한요소가 되므로 지양돼야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보여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석유화학등에서 중복투자조짐이 나타나면서 정부가 이를 불편하게 느껴온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에 대해 구체적 행동을 취한 적은 없다. 이는 중복과잉투자를 막는데 있어 여신관리강화나 외자도입법에 의한 투자승인심사등 간접규제외에 실질적으로 투자를 직접 규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또 경제의 민간주도를 내건 마당에 정부가 직접규제에 나선다는 것은 추세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과거의 중화학투자조정처럼 득보다 실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판단을 가로막고 있다.
실제 단적인 예로 상공부는 대기업의 기존사업영역을 놔두더라도 메카트로닉스ㆍ신소재 등 첨단산업분야에 대해선 적절한 사전교통정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새로 제정될 「첨단기술산업발전법」에 관계규정을 넣으려 했으나 기획원측등이 난색을 표명,논의가 중단된 적도 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정부가 이를 시행에 옮기려면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5월 10대 그룹이 부동산매각 발표를 하면서 당시 결의문을 통해 ▲향후 기업투자는 주력산업분야의 경쟁력향상이나 미래지향적 기술개발에 최우선을 두며 ▲기업은 사회의 공기임을 인식,기업공개와 전문경영체제를 촉진해 나간다는 내용을 밝힌 것도 정부의 종용이 깊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경련측도 정부가 경제력집중완화시책을 앞으로 강화한다해도 『비상수단을 포함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직간접으로 재계에 끊임없는 의사전달을 하는 우회적 방법을 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의 고위관계자도 『정부내에 분명히 문제의식은 있으나 아직은 방안이 깊게 논의 된 적은 없다』고 말하고 이와 관련,『혁명적 발상은 기대하기도 실행에 옮길수도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러나 정부일각에서는 대기업의 과거처럼 잘 된다는 업종에 서로 뛰어들어 과열경쟁을 벌일 경우 사회분위기에 밀려 「특별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내심 걱정하고 있는면도 사실이다.
결국 경제력집중 완화의 향방은 정부뿐아니라 재계일부에서도 지적하듯 재계 스스로 업종전문화ㆍ전문경영체제확립을 통한 소유집중의 해소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할 수 있다. 논란보다 재계의 행동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장성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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