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해답 통독서 찾자/유재식 베를린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7월1일을 기해 동서독은 사실상 통일이 됐다. 이제 완전한 통일까지는 12월로 예정되고 있는 양독합동선거를 치러 전독을 대표하는 의회와 정부를 구성하는 일만 남았다. 물론 통일독일의 나토가입을 반대하는 소련의 「허락」을 받아내야 하지만 경제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련에 대해 서독이 지원할 능력과 용의가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동서독의 경제ㆍ사회적 통일현장을 취재하면서 무한한 「부러움」을 느꼈다. 통일을 손에 잡을 정도의 거리에 두고 있는 독일국민에게 솔직히 존경심같은 것도 들었다.
모처럼 역사가 제공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기것으로 만드는 이들이야말로 「위대하다」는 칭송을 들을만 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같은 분단국,냉전의 고통을 같이 겪어온 국민이면서도 왜 우리는 이들과 이처럼 다른 모습일까.
취재기간중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이 독일과 마찬가지로 분단국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으며 독일의 통일을 자랑하기 보다는 한반도의 분단을 더 걱정해 주었다.
그러면서 그들이 하는 목소리는 대체로 하나였다.
『한국도 이제는 잘 사는 나라가 됐고 여유도 갖게 됐으니 서독이 했던 것처럼 무조건 북한을 도와야 한다.』
독일사람들의 이러한 친절한 충고가 오히려 부끄러웠다.
동서독국민과 정부가 통일을 위해 이처럼 노력하고 있을때 우리는 대체 무얼하고 있었나. 북한이 어떻기 때문에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는 설득력이 약하다. 정치ㆍ경제ㆍ사회등 모든 면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에 분단 계속의 책임이 우리에게 더 있는 것으로 이들은 생각하고 있다.
독일의 통일을 이제는 부러워만하고 앉아 있을 수 없을 것 같다.
적어도 통일에 관한한 『아담아,어디에 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떳떳해야 할 것 같다.
이제야말로 겸허한 반성을 기초로 독일의 통일에서 해답을 찾아야 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