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선택은 진상규명(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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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번 임시국회를 벽두부터 공전케 만든 서울시 예산의 선거자금 유용설은 그 진상이 명쾌하게 해명되어야 할 중대한 사안이라고 우리는 본다. 여당이 행정력을 총동원해 선거운동을 음양으로 유리하게 운용하는 행태는 우리 정치의 오랜 악습이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대의정치의 근본을 훼손시키는 이런 관행은 의회제도의 토착화와 앞으로 있을 지방자치제의 건실한 토양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타파되어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평민당이 제시한 5건의 문건이 암시하고 있는 노골적인 행정선거의 의혹을 여당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해명하고,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을 국민들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서는 물론 여당의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기 위해 당사자인 서울시의 자체조사에 맡기려고 했던 것은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다.
우리는 총리실에 구성된 특별조사반이 성실하게 진상조사에 임하기를 촉구하면서 그 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때는 국회의 국조권 발동을 통해 의혹이 풀려야 된다고 믿는다.
여권은 그와같은 철저한 조사끝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을 경우 솔직히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과 제기된 의혹을 정쟁의 일환으로만 몰아세우거나 어물쩍 넘어가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중 어느 것이 스스로의 이익에 부합되는지를 냉철히 판단해야 될 것이다.
비록 노태우후보의 명의로 서울시 자금이 살포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의혹 사안은 모두 5공아래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5공청산 정신의 차원에서 전자를 선택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본다. 과거의 나쁜 관행을 이 기회에 단절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 당장의 곤혹스러움보다는 훨씬 떳떳하고 우리 정치풍토의 쇄신을 위해서도 적절하다고 우리는 본다.
여권이 그런 진지한 자세를 보인다는 전제아래 야권도 더이상 이 문제로 국회를 공전시켜서는 안된다고 본다. 의혹은 의혹대로 철저히 규명하면서 개혁과 민생문제에 직결된 여러 시급한 법안들을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를 정상화시키기를 당부한다.
정치의 낮은 수준과 무력성에 대해 국민이 식상한 지는 이미 오래다. 비교적 순조롭게 시작된 이번 국회가 이번 사태로 다시 표류할 때 정치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갈 것이다. 그런 바람직스럽지 못한 결과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여당은 이 의혹이 제기한 매듭을 푸는데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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