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맞이 떡잔치(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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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비나이다,비나이다,천지신명께 비나이다…. 행여 사제지간의 오해가 있었다면 오늘로 깨끗이 씻게 해주시고….』
총장과 학생대표들은 고사상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
22일 오후3시 서울 흑석동 중앙대 학생회관.
교수ㆍ학생 등 4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색적인 「종강맞이 떡잔치」가 벌어졌다.
이날 잔치는 총학생회측이 지난 1학기동안 등록금인상과 재단측 전입금 문제를 둘러싸고 빚은 마찰의 앙금을 지우기 위해 마련한 「화합」의 한마당.
총학생회측은 쌀 2가마로 빚은 1천명분 백설기와 쌀막걸리ㆍ콜라 등 음료수에다 돼지머리까지 얹은 고사상을 준비,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런 학생들의 동기에 학교측도 적극 호응,이날의 비용 70만원을 모두 부담했다.
하경근총장과 교수ㆍ임직원은 물론 연일 이어지는 점거농성ㆍ시위로 남모르는 곤욕을 치렀던 수위 아저씨와 청소부 아주머니들도 초대됐다.
『지금까지 향락적으로만 보내던 종강파티가 아닌,오해가 만든 마음의 벽을 허물고 숨김없는 대화를 통한 반성의 시간을 가지려는 것입니다.』 박범수 총학생회사국무장의 설명.
준비했던 1천명분 떡은 눈깜짝할새 동이나 걸음 늦은 사람의 몫은 없었다.
등록금 인상과 재단측 전입금 문제로 학생들의 본관점거농성까지 겪어야했던 중앙대.
백설기를 앞에두고 삼삼오오 바닥에 둘러앉아 돌아가는 막걸리잔 속에서 「대결의 장」이 「화해의 장」으로 바뀌고 있었다.
『새학기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됐으면.』
술기운이 오른 한 노교수는 젊은 제자들과의 어울림이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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