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인사 외압 못 견디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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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증권선물거래소 감사후보추천위원장인 권영준 경희대 교수가 10일 전격 사퇴했다. 권 교수는 감사 후보 선임을 둘러싸고 외압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신임 감사 선출과 관련해 '잘 봐 달라'는 전화를 수차례 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법과 원칙은 물론 양심에 따른 공정한 후보 선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의 감사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노조의 파업까지 불러왔던 인사는 계속된 후보 사퇴 종용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정식 사퇴를 하지 않은 상태"라며 "공교롭게도 그 인사 대신 감사 후보로 추천받은 인물들 또한 대부분 특정 지역 출신의 친(親) 청와대 '386인사'들이었다"고 전했다. 4개월째 끌어온 거래소 신임 감사 선임은 '낙하산 인사' 논란을 빚으면서 7월과 8월 연거푸 연기됐다.

권 교수는 "유능한 감사 후보를 뽑기 위해 최근 널리 쓰이고 있는 인터넷 공모제를 제안했으나 이 조차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서 "그렇다고 경험과 전문지식이 떨어지는 인사를 앉히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증권선물거래소 이용국 노조위원장은 "인사 외압이 사실로 확인됐다"며 "검증되지 않은 낙하산 인사가 추천될 경우 파업도 불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후보추천위원인 정광선 중앙대 교수도 이날 권 교수와 함께 사의를 표명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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