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핵실험후한반도中

손잡는 중국과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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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무엇보다 중.일 관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첫 해외 방문국으로 중국을 찾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 2003년 후진타오 주석 취임 이후 중.일 관계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두 나라 수도에서 정상회담을 열 수 없을 정도로 악화 일로에 있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전략적 호혜 관계'를 구축하자는 데 합의했다. 양국이 비록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공통의 전략적 이익에 입각한 호혜 관계를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 측은 역사 문제를 외교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일 간 전략적 호혜 관계가 실제로 구축될 수 있는가에 관한 시금석을 북한이 제공해 주었다. 중.일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가 북한 핵실험에 대한 대응이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핵실험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이미 천명한 바 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최대 지원국 역할을 해 왔던 중국도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도록 일본과 함께 적극 참여했다. 중국의 유엔 대사는 나쁜 짓을 하는 국가는 보호해 줄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상황에서 결국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중.일 간의 전략적 호혜 관계가 행사되는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이다. 특히 북한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와 식량의 대부분을 제공하는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관해 일본이 어떠한 전략적 평가를 내리는가가 북한 핵실험에 관련된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국제사회 차원의 제재에 있어서는 군사적 강제력을 배경으로 북한에 대한 해상 봉쇄를 포함한 전면적 봉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경우 북한과 장거리에 걸쳐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이 전적으로 협조할 것인가가 관건일 것이다. 중국 최고지도자들의 북한 핵문제에 관한 지금까지의 발언을 고려한다면 중국도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가능성이 크다.

중.일 간 전략적 호혜 관계가 구축된다면 한국 외교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중.일 간 상호 견제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을 전제로 한 균형자론은 급변하는 동북아 정세를 얼마나 안이하고 희망적으로 관측했는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중.일 간 호혜 관계 가운데 한국은 균형을 잡기는커녕 중.일이 전략적으로 합의한 이익에 따라가기 급급할 것이다. 자주외교라는 명분에서 중.일의 전략적 이익에 반대하거나 따라가지 못하면 한국은 고립을 면하기 어렵다. 여기서 한.미 동맹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확인되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감행은 한국 외교를 더욱 어려운 시험에 들게 했다. 중국과 일본의 전략적 판단은 북한의 핵실험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국제사회와 일치된 판단이기도 하다. 한국의 대북 포용 외교는 북한 핵에 지나치게 안일했다. 핵실험 당일에도 정보 부재 등 무능함을 보여줬고, 대응 역시 무력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언급했듯 포용 정책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유효성 측면에서 한계에 봉착했다.

이제 우리의 외교는 한.미 동맹의 재확인 및 한반도 주변 국가와 전략적 협조 관계를 발굴하면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능동 외교의 기조로 전환돼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피하는 유일한 생존 전략이기 때문이다. <내일은 김성한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의 '미국의 시나리오'가 실립니다.>

김호섭 중앙대 교수.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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