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에 휘둘려 교육 전문성 깨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3면

재정경제부가 지방교육과 지방행정을 통합하는 방안을 제기함에 따라 통합을 둘러싼 해묵은 찬반 논란이 재연될 전망이다.

통합 방안은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교육개혁위원회에 의해 제기된 이후 수시로 거론됐으나 그때마다 교육계의 반발에 부닥쳐 흐지부지되곤 했다. 이번에도 교육인적자원부가 교육계의 반발을 이유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통합론이 나온 이유=현행 교육자치는 교육에 대한 일반 행정의 행.재정적 지원 노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통합을 통해 지자체장에게 교육에 대한 권한을 인정함으로써 지자체의 교육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지자체의 교육재정 지원을 높여 교육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교육의결 기능을 지방의회로 통합해 행정능률을 높일 수 있으며 중복돼 있는 조직.인력을 정비하고 관련 기능을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왜 반대하나=교육부와 교육계는 무엇보다 지방 정치인들이 교육에 개입함으로써 교육이 피폐화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자주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자체장이 교육감을 임명하거나 부단체장의 지위를 부여하게 되면 교육의 자주성이나 정치적 중립에 배치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또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 능력 때문에 교육재정 확대도 기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시.도 평균 재정자립도가 54.6% 수준이고 특히 8개 도 지역의 경우 재정자립도가 20~30%에 불과해 교육투자를 하고 싶어도 할 돈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자체장이 선거를 의식해 도로 확충 등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더 신경을 쓰게 될 경우 오히려 교육분야는 투자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통합 반대 이유로 내세운다.

한국교총 황석근 대변인은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 논의가 가시화할 경우 교사들의 집단 반발이 불 보듯 뻔해 교단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